NYT, 캄보디아 등 확산위험 축소…"중국 심기 거스를까 의식도"
전문가 "미흡한 대응, 확산 부채질"…파키스탄, 중국 노선 운항 재개
(서울·뉴델리=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김영현 특파원 = 중국 우한(武漢)에서 발병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세계 각국에 비상이 걸렸지만,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일부 동남아 국가와 파키스탄은 사태를 축소하는 모습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이하 동일) 중국인 관광객에 크게 의존하는 등 중국의 입김이 강한 곳에서 신종코로나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사례로 캄보디아, 필리핀, 태국,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을 꼽았다.
동남아는 신종코로나 '발원지' 중국과 근접한 탓에 중국 바깥에서 가장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다.
그런데도 당국자들은 위험 축소에 급급하며, 심지어 터놓고 중국의 심기 '경호'에 신경 쓰는 행태를 보인다고 NYT는 꼬집었다.
'반미친중(反美親中)' 성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최근까지 중국발 방문자의 입국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큰소리를 쳤으나, 2일 중국밖에서 첫 사망자를 내고서야 중국발(發) 외국인 입국을 잠정 금지했다.
일본에 이어 확진자 발생 '3위' 국가인 태국에서는 지난달 31일 택시 기사가 확진 판정을 받았는가 하면, 치앙마이에서 중국인 의심 환자가 '음성' 판정으로 격리가 해제돼 일반 병실로 옮겨진 후 재검사에서 양성으로 결과가 뒤집혀 다시 격리되는 등 추가 전파 우려가 급격히 고조했다.
그러나 태국 보건 당국자들은 전파 위험이 크지 않다는 주장을 펼치며 '과도한 우려'를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마스크 착용은 근거 없는 공포를 조장하므로 마스크 착용자를 내쫓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훈센 총리는 "이 병으로 죽은 캄보디아인이나 외국인이 있느냐"며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진짜 질병은 공포라는 병이지 우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우한에서 철수한 자국민이 격리된 나투나제도 주민들이 미흡한 감염 방지대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했지만, 당국자들은 주민이 과민 반응을 보인다는 식으로 반응했다.
테라완 아구스 푸트란토 보건장관은 "조바심치지 말라. 그냥 즐기면서 식사를 충분히 하라"며 주민의 불안과 항의를 일축했다.
파키스탄은 중국 관련 항공편 운항 중단에 나서고 있는 국제 사회의 분위기와 아예 반대로 가고 있다.
현지 익스프레스트리뷴에 따르면 파키스탄 당국은 일시 중단했던 중국 노선 운항을 3일 재개했다.
파키스탄은 지난달 31일 신종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지만 3일 만에 뚜렷한 명분 없이 재개한 것이다.
파키스탄 당국자들은 우한 지역의 자국민 철수 계획이 없다는 점도 거듭 밝혔다.
자파르 미르자 총리실 정책 자문관은 지난달 30일 "지금 무책임하게 철수를 추진할 경우 바이러스가 들불처럼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나그마나 하시미 주중파키스탄 대사도 2일 "파키스탄의 의료 시설은 신종코로나 감염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이런 입장을 재확인했다.
파키스탄은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최대 협력국 중 하나로 현재 중국의 인프라 투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동남아 일부 국가는 신종 감염병 확산 위험이 높은 지역이면서도 대응할 역량과 인프라가 미흡한 탓에 위험을 과소평가하거나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기 일쑤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미얀마 정부는 의심 환자 1명이 발생했다고 발표했지만, 국내에 진단 기술이 없어 시료를 태국이나 홍콩으로 보내야 한다.
미얀마 당국자들은 "양파가 신종코로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식의 엉터리 대책을 퍼뜨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 있는 한 병원에서 제작한 신종코로나 발표자료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말라. '메이드 인 차이나'라서 오래 안 갈 것이다"는 '농담성' 표현이 등장, 의료진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곳에서 미온적 대처로 신종코로나가 더욱 창궐할까 우려하고 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가장 큰 우려는 보건 체계가 취약한 국가에서 바이러스가 확산할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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