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지자기 자료 분석…여전히 위험한 중급 폭풍도 3년마다 발생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의 전기·통신 장비와 항공기, 위성 등에 큰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태양의 대형 폭풍이 약 25년마다 발생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보다 약하기는 해도 여전히 위험한 중급 태양 폭풍도 약 3년마다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워릭대학교와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샌드라 채프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그리니치와 지구 반대쪽의 멜버른에서 측정한 지구 표면의 자기장 기록(aa 지자기 인덱스)을 분석해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고 과학 저널 '지구물리학 연구 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 최신호에 밝혔다.
태양은 11.2년 주기를 갖는 흑점 활동 등의 영향으로 표면이 폭발하며 고에너지 입자를 내뿜는데 이런 폭풍이 지구에 도달해 자기장을 흔들어 놓으면 대규모 정전이나 위성 및 항공 장비 장애, GPS 교란, 통신 두절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태양 흑점 폭발로 인한 가장 대표적인 피해 사례로는 1859년 9월 북미와 유럽 등의 전신망이 두절되고 화재가 발생한 '캐링턴 사건'이 꼽히고 있다. 현재처럼 전기 및 통신망이 중추적 역할을 하는 상황이었다면 피해액은 수조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 1989년 캐나다 퀘벡주에 대규모 정전 사태를 유발한 것도 태양 폭풍이었다.
지난 2012년에도 태양의 대규모 태양풍 폭발 현상인 '코로나 질량 방출'(CME)이 있었으나 지구쪽 방향이 아니라서 피해를 간신히 모면한 바 있다.
연구팀은 이런 중·대형 태양 폭풍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과거 발생 사례를 토대로 빈도와 양상을 예측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연구에 착수했다.
하지만 태양 폭풍이 지구 표면의 자기장에 주는 영향은 스푸트니크1호가 발사되며 우주시대가 시작된 1957년 이후에나 상세한 측정이 이뤄져 자료에 한계가 있었다. 이는 기껏해야 태양 활동의 다섯 주기에 불과해 태양 폭풍의 빈도나 양상을 분석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각각 지구 반대편에 있는 그리니치와 멜버른에서 측정한 자기장 자료를 토대로 aa 지자기 인덱스를 산출했다. 이 인덱스는 자료의 질(해상도)은 떨어져도 태양 14주기에 달하는 150년치의 자료를 제공해 줬다.
그 결과, 태양의 대형 폭풍은 150년의 역사 속에서 평균 25년 마다 한 차례씩 6년에 걸쳐 발생했으며, 중급 폭풍은 42년에 걸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캐링턴 사건은 aa 지자기 인덱스가 없어 연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 사건만큼 강력한 대형 폭풍은 지금까지 생각해오던 것보다 더 잦을 수 있으며 언제든 갑작스럽게 닥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프먼 교수는 "대형 폭풍이 드물기는 하지만 발생 확률을 측정하는 것은 주요 국가기간시설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계획을 마련하는데 중요한 일부"라고 강조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영국 남극자연환경연구소(BAS)의 리처드 혼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대형 폭풍이 더 자주 발생한 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대형 폭풍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으며, 우리는 그 시기를 모르고 현재로선 언제일지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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