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접경 전면 봉쇄하라" 홍콩 의료계 파업 돌입

입력 2020-02-03 17:34   수정 2020-02-03 20:04

"중국 접경 전면 봉쇄하라" 홍콩 의료계 파업 돌입
3일 부분 파업 이어 정부 불응 시 "4일부터 전면 파업"
홍콩 정부 "중국 오가는 사람 대부분 홍콩인…봉쇄 불가능"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코로나)가 중국 전역에서 급속히 확산하는 가운데 홍콩 의료계가 중국과의 접경 지역을 전면적으로 봉쇄할 것을 주장하면서 파업에 돌입했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공공의료 노조는 전날 요구했던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과의 면담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날부터 파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날 야우마테이 지역의 퀸 엘리자베스 병원, 폭푸람 지역의 퀸 메리 병원 등 홍콩 곳곳의 공공병원에서는 아침부터 공공의료 노조원들이 출근하는 의사, 간호사 등에게서 파업 동참 서명을 받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공공의료 노조는 이날 정오까지 2천400여 명의 서명을 받았으며, 이날 파업 참여 규모는 3천여 명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중국과의 접경 지역이 전면적으로 봉쇄되지 않으면 신종코로나가 급속히 확산해 홍콩 내 의료 시설과 인력마저 부족해질 수 있다"며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파업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홍콩 내 공공병원은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공공의료 노조는 캐리 람 행정장관이 이날 오후 6시까지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4일부터는 파업 참여 인원을 9천여 명으로 늘리고, 응급실 근무 의료진 등도 파업에 동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 정부는 의료계가 총파업을 벌이면 예정된 수술의 절반이 연기되는 등 환자들의 생명이 위협받을 것이라며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최근 홍콩 정부는 후베이성 거주자나 최근 14일간 후베이에 머무른 적이 있는 사람의 입경을 불허한 데 이어 홍콩과 중국 본토를 잇는 열차 운행을 중단하고, 중국 본토인 개인 관광객의 홍콩 입경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홍콩을 방문한 중국 본토인 수는 지난주부터 크게 줄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중국 본토인의 홍콩 방문이 계속될 경우 신종코로나가 급속히 확산할 수 있다며 중국과의 접경을 전면적으로 봉쇄하고, 홍콩 내 후베이(湖北)인을 본토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홍콩에서는 중국과의 접경 지역을 전면적으로 봉쇄할 것을 주장하면서 사제폭탄을 터뜨리거나 경찰서에 화염병을 투척하는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전날에도 중국 선전(深천<土+川>)시와 가까운 로우 전철역 내 차량에서 2개의 사제폭탄이 발견됐다. 폭탄 한 개에 불이 붙었지만 곧바로 진화됐고, 다른 한 개는 출동한 경찰이 해체했다.
홍콩대 호팍렁 교수는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접경지역을 전면 봉쇄하는 것만이 신종코로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친중파 진영에서도 나오고 있다.
홍콩 내 친중파 정당 중 최대 규모인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의 게리 찬 부주석은 "홍콩인을 제외한 중국 본토인이 홍콩 내로 들어오는 것을 금지해야 할 것"이라며 "중국에서 돌아오는 홍콩인도 14일 동안 자가 격리 조치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건련은 마스크, 세정제 등을 '비축 물자'로 지정해 정부가 판매 수량과 가격, 공급망 등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홍콩 정부는 중국 본토에서 들어오는 사람의 90%가 홍콩 현지인이라며 이들이 중국 본토 내 직장과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중국과의 접경 지역을 전면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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