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관리 회견에 일부 선별…다른 기자들 반발해 단체 참석거부
야당 "정보접근권 훼손"… '가짜뉴스 타령' 트럼프 따라한다는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영국 총리관저 측이 예정된 기자회견에서 특정 언론사를 배제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3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측근인 리 케인 소통 보좌관은 이날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 협상을 주제로 한 언론 브리핑을 앞두고 특정 매체 기자들의 참석을 금지했다.
총리관저 측은 초청자 명단에 있는 기자들을 관저 로비 한쪽에 세웠고, 참석이 허용되지 않은 기자들은 확인 작업을 위해 다른 쪽으로 나눠 서도록 했다.
케인 보좌관이 총리관저에서 열릴 정부 관리들의 공식적인 기자회견에서 일간 인디펜던트와 미러, 'i', 허프포스트, 폴리틱스홈 등의 매체 기자들을 배제하려 하자 다른 언론사의 정치부 기자들은 단체로 참석을 거부했다.
케인 보좌관이 참석이 불허된 기자들에게 나가 달라고 요구하자 이들을 제외한 기자들이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이다.
회견 참석을 거부한 기자 중에는 BBC, ITV, 스카이뉴스, 데일리 메일, 텔레그래프, 더선, 파이낸셜타임스, 가디언 등이 포함됐다.
결국 기자들의 참석 거부로 회견이 열리지 못하자 제1야당인 노동당 쪽에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을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비판해온 주류 언론을 줄곧 '가짜뉴스'라고 비난하면서 '국민의 적'이라고 지칭할 정도로 적대적 태도를 취해 왔다. 이 때문에 언론과의 전쟁을 벌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자신에 대한 보도와 관련해 특정 언론을 배제하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존슨 총리의 언론 분야 대응팀은 이미 BBC 라디오 4의 '투데이' 프로그램에 장관들의 출연을 금지하고 ITV의 '굿 모닝 브리튼' 참석도 거부하도록 했다. 장관들과 정치부 기자와의 오찬도 금지했다.
존슨 총리의 측근이자 실세로 알려진 도미닉 커밍스 총리 수석 보좌관은 언론과 친밀하게 접촉하는 특별 보좌관을 알아내기 위한 '감시체계'도 마련했다.
총리관저 측이 영상 제작과 사진 분야 전문가들을 특별 보좌관으로 고용함에 따라 일부에선 존슨 총리가 기성 언론을 외면하려 한다는 추측도 낳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존슨 총리는 자신이 직접 대중에게 설명하는 시도의 하나로, 사전 점검을 마친 질문과 답변을 읽어주는 시간도 갖고 있다.
가디언은 물론 이전에도 일부 기자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아 문제가 된 적이 있지만 이러한 사례들은 대부분 정부 쪽이 아니라 정치 행사였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당초 열릴 기자회견도 정치적 측면에서 '중립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정부 관리들이 준비한 것이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노동당 측은 존슨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수입한 전략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당의 트레이시 브레이빈 의원은 "언론의 자유는 우리 민주주의의 초석으로, 기자들은 정부의 설명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며 "향후 EU와의 무역 협상은 매우 중요하고 공공의 이익이 달린 문제이므로 총리관저가 그러한 정보 접근권을 선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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