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검사 키트 부족해 확진 판정 못 받는 환자 많아"
현지 의료진 "소수의 '운 좋은' 환자만 입원 치료 받을 수 있어"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이 중국 전역에서 급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의 환자 수 공식 발표가 실제보다 훨씬 축소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4일 0시 현재 전국 31개 성에서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2만438명, 사망자는 425명이라고 발표했다. 우한 내 확진자는 6천348명, 사망자는 313명이었다.
하지만 호흡기 전문가인 데이비드 후이 홍콩중문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우한의 공식 통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후이 교수는 "홍콩에서는 경증의 환자라도 즉시 검사를 해 판정을 내리지만, 우한에서는 심각한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만 입원해 치료를 받는다"며 "공식 통계에는 이러한 환자들만 반영된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내 신종코로나 확진 판정은 의심 환자에 대한 두 차례의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이 나와야만 내려진다.
위건위의 전문가 패널에 소속된 리란쥐안(李蘭娟)도 전날 관영 중국중앙(CC)TV와 인터뷰에서 "우한에 충분한 신종코로나 검사 키트가 없어 모든 사람이 다 검사를 받지는 못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조기 진단, 조기 격리, 조기 치료가 불가능하다"며 "중국 전역이 우한을 돕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우한 현지 의료진은 검사 키트가 한정돼 소수의 '운 좋은' 환자만 신종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시인했다.
우한 셰허(協和)병원의 한 의사는 "우리는 하루에 100명만 검사할 수 있으며, 그 결과는 48시간 후에 나온다"며 "이는 위건위가 발표하는 환자 수치가 이틀 전 상황에 불과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경증의 환자는 집으로 돌려보낸다"며 "이러한 환자 중 많은 수가 병세가 악화해 다시 돌아올 것을 알지만, 신종코로나 진단을 위한 공간과 병상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홍콩의 전염병 전문가인 조지프 창 박사는 많은 환자가 신종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지 못한 채 사망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창 박사는 "검사 키트를 이용할 수 없었던 지난해 12월부터 많은 환자가 신종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지 못한 채 호흡기 질환이나 폐렴 증상으로 사망했다"며 "이들은 확진 판정을 받았다면 신종코로나 공식 통계에 포함됐을 환자"라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로 생산에 차질을 빚기는 했지만, 검사 키트를 충분히 생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업정보부 수석 엔지니어인 톈위룽은 "2월 1일까지 우리의 검사 키트 하루 생산량은 77만3천 개로, 신종코로나 확진 환자 수의 40배에 달한다"며 "이는 생산능력의 60∼70% 수준으로, 앞으로 생산량을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한 퉁지병원의 한 의사는 "무엇이 잘못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매우 한정된 수량의 검사 키트만 받고 있으며, 이는 전혀 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중국에서는 정부의 신종코로나 환자 수 공식 발표를 반박하는 현지 매체와 누리꾼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누리꾼 팡빈(方斌)이 우한 제5병원 입구에서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그가 지켜본 5분 동안 무려 8구의 시신이 자루에 담겨 병원 밖으로 실려 나갔다. 그가 병원 직원에게 "안에 시신이 얼마나 많으냐"고 물어보자 이 직원은 "아직 많다"고 답했다.
중국 매체 차이신(財信)은 현지 취재를 통해 우한 내 의료시설과 물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신종코로나에 감염되고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우한 시민과 의료진의 증언을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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