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368명 모였는데 바이든 지지 22명뿐" 초라한 성적에 현장 술렁

입력 2020-02-04 14:09   수정 2020-02-04 14:15

[르포] "368명 모였는데 바이든 지지 22명뿐" 초라한 성적에 현장 술렁
아이오와 디모인 47번 선거구 코커스 가보니…바이든 15% 기준도 못넘어
1차 투표서 샌더스가 107표로 최고 득표…2차 투표서 워런 승리로 뒤집혀


(디모인[미 아이오와]=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3일(현지시간) 오후 6시30분께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 시내 웰스파고아레나에 옷깃을 단단히 여민 민주당원들이 하나둘씩 들어섰다.
미국 전역에서 처음으로 치러지는 대선 경선이 오후 7시부터 예정됐기 때문이다. 아이오와주 내 1천678개 기초선거구 중 '디모인 47번 선거구'로, 당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직접 지지 후보를 밝히는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리는 것이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추위가 만만치 않았지만 다들 표정이 밝았다. 앞으로 몇시간 동안 앉지도 못하고 서 있어야 했지만 개의치 않는 듯 했다.
오후 7시가 됐지만 곧바로 시작되지는 않았다. 지지자들이 무리 지어 서서 간간이 구호를 외치며 시작을 기다렸다.
오후 7시 40분이 되자 진행담당자가 '디모인 47번 기초선거구'라고 선포한 뒤 머릿수를 세기 시작했다. 모두 손을 들게 한 뒤 한 명씩 손을 내리며 숫자를 세게 하고 25명씩 끊는 방식이었다.
'머릿수 세다 밤을 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6번까지 세더니 헷갈린다고 처음부터 다시 세기 시작했다.

불만이 터져 나올 법도 한데 다들 삼삼오오 얘기를 나누며 잘 협조하는 모습이었다. 진행자가 100명까지 셌다고 외치자 환호가 터졌고 200명, 300명이 될 때마다 다들 즐거워했다.
오후 8시 10분이 되자 368명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30분만에 비교적 빨리 참여자 규모가 파악된 것이다.
모인 숫자가 368명이니 15%를 넘으려면 56명이 필요하다고 진행자가 큰소리로 알렸다. 코커스 규정상 1차로 선택한 후보가 15%를 넘지 못하면 다른 후보를 택해야 한다.
10분간 사람들이 헤쳐모였다. 벽면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의 이름이 적혀 있어서 그 이름 아래로 사람들이 모였다.
몇 분 뒤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의 이름이 붙은 쪽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공식적으로 숫자를 세기 전에 자기들끼리 세어보고는 56명을 넘는 71명이 나오자 함성을 지른 것이다.
곧 공식 카운트가 시작됐다. 기업인 앤드루 양 후보 쪽에 24명만 모여 15%를 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다.
충격적 소식은 곧바로 이어졌다. 바이든 전 부통령 쪽에 선 당원이 양 후보보다 적은 22명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도시 쪽 당원들의 진보 성향이 더 강하고 47번 선거구가 1천600여 기초선거구 중 한 곳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15%를 넘기는 커녕 하위권에 머무는 초라한 성적에 잠시 현장이 술렁였다.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마저 바이든 전 부통령보다 많은 26명을 확보했다. 10명도 되지 않는 군소 후보를 제외하고는 샌더스 의원과 워런 의원만 남은 상황이었다.
샌더스 의원 쪽 당원들에 대한 카운트부터 시작됐다. 큰 목소리로 하나씩 숫자를 세는 진행자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지다 숫자가 100을 넘어가자 환호가 터졌고 최종 107명으로 집계됐다.
워런 의원 역시 104명을 끌어모으며 샌더스 의원 못지 않은 득표수를 보였다.
15%를 넘지 못한 후보를 지지한 당원들이 새로운 후보를 택해야 하는 2차 투표는 오후 9시가 다 돼서야 시작됐다.
1차에서 지지 후보가 15%를 넘지 못한 당원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국 2차 투표 결과 워런 의원이 131명을 끌어모아 1등에 올라섰고 샌더스 의원이 113명으로 뒤를 이으며 1차 투표의 결과가 뒤집혔다.
부티지지 전 시장 측도 107명을 확보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47번 선거구가 아이오와 민심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의 득표율이 15%도 안 될 수 있다는 예상은 많지 않아 1차 투표 결과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일일이 머릿수를 세고 득표 결과를 손으로 적어가며 더디게 진행되는 방식도 인상적이었지만 3시간 가까이 서 있으면서 짜증 섞인 불평 한마디 없이 코커스에 임하는 당원들의 태도는 더욱 인상적이었다. 어찌 보면 비효율적일 수도 있는 코커스라는 방식을 미국 시민들이 민심 표출의 축제처럼 소화한 것이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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