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71% 상황서 샌더스와 박빙 차이로 선두…'新양강' 재편 속 경선구도 요동
돌풍인가 찻잔속 태풍인가 '오바마 어게인'? 주목…바이든 대세론엔 큰 타격
초유 참사로 코커스 이틀 지나도 아직 '개표중'…컨벤션 효과 반감 등 후폭풍 예고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권혜진 기자 = 38세의 신예 피트 부티지지 전 미국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민주당 대선 경선레이스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개표 중간 집계에서 1위에 오르는 대이변을 연출, 승리에 성큼 다가섰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근소한 차이로 부티지지를 추격하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3위를 차지한 가운데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충격의 4위'로 추락, 대세론에 큰 타격을 입는 등 후보간 희비가 엇갈렸다.
그간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70대 후반 백인 남성간 대결인 '바이든 대 샌더스'의 양강 구도 형성이 점쳐졌으나 중간집계를 기준으로 할 때 부티지지와 샌더스 '신(新) 양강'으로 재편되는 양상을 보이는 등 경선판이 출렁이고 있다.
아이오와 민주당이 4일(현지시간) 밤 늦게 공개한 개표 71% 상황 기준 집계결과, 부티지지 전 시장이 26.8%의 득표율(대의원 확보비율)로 1위에 올랐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샌더스 상원의원이 25.2%로 그 뒤를 따르며 접전 양상을 보였고, 워런 상원의원이 18.4%, 바이든 전 부통령이 15.4%를 각각 기록했다.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12.6%였다.
사상 초유의 개표 지연 속에 앞서 이날 오후 5시께 처음 발표된 1차 중간집계(개표율 62% 기준)에서도 부티지지 전 시장이 26.9%로 샌더스 의원(25.1%)을 근소한 차이로 앞선 바 있다.
이는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부분인 대의원 확보 비율을 기준으로 한 수치이다.
특히 부티지지 전 시장은 15% 미만의 득표율로 1차 투표에서 탈락한 후보들을 지지한 유권자들의 2차 투표에서 샌더스 의원, 워런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몰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군소주자 지지자들의 2순위 선호도 강세가 현재 1위를 기록하는 데 주요 발판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지자 총수 단순합산 기준으로는 샌더스 26.2%, 부티지지 25.2%, 워런 20.6%, 바이든 13.2%를 각각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4위에 그치는 '수모'를 겪으면서 초반부터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전날 밤 언론기관협의체인 '전국선거합동취재단(NEP)'이 여론조사기관 에디슨 리서치를 통해 진행한 입구조사 결과에서 코커스 참여자 62%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 지명자를 찍었다고 응답한 점을 감안할 때 바이든 전 부통령은 그간 강점으로 꼽혀온 '본선 경쟁력' 측면에서도 아이오와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셈이 됐다.
'깜짝 1위'에 오른 부티지지 전 시장은 현재 민주당에서 가장 젊은 후보로, 중도 성향의 '차세대 주자'로 주목을 받아왔다. 학교 교사로 재직하는 '남편'을 둔 동성애자이기도 하다.
중앙 정치무대 경험이 없는 소도시 시장 출신에서 유력 대선주자로 일약 도약한 부티지지가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고 11월3일 본선에서 현직인 트럼프 대통령을 꺾는 '대반전의 드라마'를 써내려가는 데 성공한다면 그는 미국의 첫 동성애자 대통령이 된다.
실제 그의 급부상은 2008년 버락 오바마 후보가 '대세론'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누르는 드라마를 연출하며 대권의 발판을 구축한 사례와 오버랩되기도 한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부티지지 시장은 개표 결과가 나온 직후 연설에서 "자신이 가족이나 사회에 속하는지를 놓고 고민하는 이 사회의 어느 아이에게 너 스스로와 국가를 믿는다면 그 믿음을 지지해줄 많은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결과다"라며 감정이 북받친 모습을 보였다.
다음 경선을 위해 뉴햄프셔에서 유세 중인 그가 무대 위로 올라온 동성 남편인 체이슨과 부둥켜안자 유세 현장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초반부의 승기를 잡은 만큼 그 여세를 몰아 오는 11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도 바람을 이어간다는 복안으로 알려졌다.
그의 선전에는 세대교체 및 변화에 대한 요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집계기준으로는 여론조사가 실제 개표 상황에서 빗나간 가운데 부동표와 숨은 표도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아직 개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샌더스 의원이 근소한 차이로 추격하고 있는 만큼,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샌더스 의원은 현재로서는 부티지지 전 시장에게 선두를 내주긴 했지만 저력을 과시하며 선전, '아웃사이더 돌풍' 재연을 노릴 기반을 구축했다.
샌더스 의원 측은 기준을 달리 하면 샌더스 의원이 부티지지 전 시장보다 득표율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샌더스 의원 캠프의 제프 위버 선임 자문관은 "1차와 2차 투표에서 그 어떤 후보보다도 버니에게 투표한 사람이 더 많다는 점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4위에 그치며 '참패' 성적표를 받아든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은 아이오와주 경선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후보의 '뒷심' 발휘에 기대를 걸었다.
바이든 부통령도 선거자금 모금을 위한 이메일에서 "아이오와는 시작일뿐"이라며 "나머지 예비선거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부티지지 전 시장의 바람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치며 일시적인 반짝 효과에 머물지 '초대형 태풍'이 될지,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 의원이 뉴햄프셔를 발판으로 다시 승기를 잡을지, 바이든 전 부통령이 부활에 성공할지 등의 향배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현재로선 '포스트 아이오와' 판세를 가늠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날 첫 중간집계 결과는 아이오와 주내 99개 카운티, 총 1천678개 기초 선거구에서 일제히 코커스가 시작된 전날 오후 8시(현지시간)로부터 21시간 만에 '늑장 발표' 된 것이다. 2차 집계는 만 하루가 넘어서 나왔다.
기술적 문제로 인한 항목별 수치 불일치로 개표 결과 발표가 장시간 지연되는 초유의 '대참사'가 발생, 이틀이 지나도록 최종 결과를 내지 못하는 등 경선 자체의 빛이 바래면서 적지 않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부티지지 전 시장의 '1위 파격'도 개표 지연 파동의 여파에 가려 빛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컨벤션 효과가 일정 부분 반감된 상태이다. 이번 사태의 여파로 대선 풍향계로서의 아이오와가 갖는 상징성에 흠집이 났다는 분석도 있다.
최종 집계가 아닌 중간 개표 발표로 오히려 혼선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현재로선 최종 집계가 언제 완료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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