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가맹점 판단에 맡겨…앞서 세븐일레븐 24시간 영업 첫 포기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편의점업계의 '하루 24시간 영업'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일본에서 세븐일레븐에 이어 2번째로 큰 편의점 체인인 훼미리마트도 올 6월부터 각 가맹점 판단에 따라 영업시간 단축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4일 발표했다.
훼미리마트가 마련한 영업시간 단축 지침에 따르면 각 가맹점은 체인 본부와 사전에 협의한 뒤 영업시간을 줄일 수 있다.
훼미리마트는 내달부터 희망 가맹점 신청을 받아 오는 6월부터 평일 또는 일요일만을 선택해 단축 영업이 가능토록 할 예정이다.
휴업 시간은 밤 11시부터 이튿날 오전 7시까지 30분 단위로 정할 수 있다.
그러나 개점 후 1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일정 수준의 매출을 올리지 못해 체인 본부가 지원해야 하는 가맹점은 영업시간 단축 대상에서 제외된다.
훼미리마트는 작년 6월부터 단축 영업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하기 위한 실증 실험을 진행해 작년 10월 이후 그 대상을 약 600개 점포로 늘렸다.
그 결과 작년 11월 기준으로 매일 단축 영업을 한 점포는 59%, 일요일만 단축 영업을 한 점포는 53%가 전년 동기와 비교한 영업이익이 준 것으로 나타났다.
가토 도시오 훼미리마트 부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정신적인 여유가 생겼다는 점주가 있는 반면에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여는 작업이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가맹점의 요구를 먼저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일본 최대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은 작년 10월에 24시간 영업 원칙 포기를 공식 선언했다.
1974년 도쿄 고토(江東)구에 1호점을 낸 세븐일레븐은 1975년 후쿠시마(福島) 점포에서 처음으로 24시간 영업 시스템을 도입했고, 연중무휴로 온종일 영업하는 이 방식은 점차 슈퍼마켓이나 약국 등으로 퍼져 하나의 원칙으로 정착됐다.
일본 편의점업계는 그러나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심야 근로 기피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심야 영업을 못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2018년 1월 점포 수에서 2만개를 돌파한 세븐일레븐재팬은 작년 2월 임의로 단축 영업을 강행한 오사카(大阪) 지역의 한 가맹 점포와 갈등을 빚어 큰 논란이 됐다.
해당 가맹점포 주인은 심야 시간대에 일할 아르바이트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운 데다가 심야 시간대의 시급이 상대적으로 높아 가게 문을 열어도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를 계기로 주무 부처인 경제산업성이 업계에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하면서 각 편의점 체인 본부는 가맹점을 상대로 단축 영업 관련 설문조사를 하는 등 대응책을 모색해 왔다.
일본 언론은 24시간 영업으로 성장해온 편의점업계가 사회구조 변화로 갈림길에 서게 된 점을 들어 단축 영업으로 내몰리는 점포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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