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 면죄부' 하루 앞두고 연설…탄핵 언급 한마디도 안해
트럼프, 펠로시 악수 외면…펠로시는 트럼프 연설 끝나자 원고 찢어
트럼프 자화자찬에 공화당 환호·박수·기립…민주당, 싸늘한 반응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하원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의회 형식의 국정 연설을 통해 자신의 치적을 한껏 내세웠다.
이날 국정연설은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 유·무죄 최종 표결을 하루 앞둔 이례적인 상황에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의 탄핵 표결에서 탄핵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을 가능성이 지배적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자신감'을 반영한 듯 거침없는 연설을 이어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약 80분간의 연설 내내 '탄핵' 언급은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신 연설 초반부터 일자리 창출과 낮은 실업률, 중국과의 무역 합의 등을 자신의 경제적 치적으로 내세우며 경제 부문에 상당한 비중을 할애했다.
탄핵에 대한 언급보다는 치적을 내세워 지지층 결집을 이뤄내고 재선에 골인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3년 전 우리는 '위대한 미국의 귀환'(great American comeback)'에 착수했다"면서 "오늘 저녁 나는 놀랄만한 결과를 공유하기 위해 여러분 앞에 섰다"고 밝혔다.
이어 "일자리가 부응하고, 소득은 급증하고, 빈곤은 급감하고 있다. 범죄는 떨어지고, 자신감은 커지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번영하고 다시 크게 존경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 탄핵 심판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 간에는 차가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을 위해 연단에 오르면서 하원에서 탄핵 가결을 주도한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과 애써 눈길을 외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고를 전달하자 펠로시 의장이 악수를 위해 손을 내미는 듯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못 본 척 외면하며 돌아서는 모습이 연출됐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경제적 치적을 내세우고, 불법 이민 단속, 국경장벽 등 논란이 있는 이슈들에 관해서 얘기할 때는 공화당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들의 반응은 확연히 달랐다.
공화당 의원들은 수시로 일제히 기립해 때론 함성과 함께 박수로 화답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은 자리에 앉은 채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휴대전화를 보며 외면했다.
트럼프 대통령 뒤편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펠로시 하원 의장도 연설 시작 전부터 거의 말을 섞지 않았으며, 서로 눈길도 제대로 교환하지 않았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한 의원은 앉아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도 목격됐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연설원고를 찢어 책상에 던지는 모습을 연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연단을 내려왔다.
다만 민주당 의원들은 논란이 없는 이슈에 대해 언급할 때는 앉아서 박수로 호응했다.
특히 펠로시 하원 의장을 비롯해 상당수가 민주당 의원들로 보이는 여성의원들은 흰색 의상을 입고 참석했다. 흰색은 20세기 초 영국에서 여성 참정권 운동을 벌인 여성들인 서프러제트'(suffragette)를 상징하는 색이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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