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민간항공청 "우크라 여객기 추락 직후엔 미사일발사 몰랐다"

입력 2020-02-05 17:21  

이란민간항공청 "우크라 여객기 추락 직후엔 미사일발사 몰랐다"
은폐 의혹 제기되자 "추락 당시 군이 정보 제공 안 해" 항변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민간항공청은 지난달 8일 우크라이나항공(UIA) 여객기가 테헤란 부근 상공에서 추락한 직후에는 미사일로 격추된 사실을 몰랐다고 항변했다.
민간항공청은 4일(현지시간) 낸 보도자료에서 "추락 사고가 난 뒤 군(혁명수비대)이 관련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라며 "이 때문에 당시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배제하고 추락 원인이 엔진 결함이라고 발표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고 뒤 원인을 둘러싸고 가설과 소문이 분분했지만, 전문가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단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미사일로 격추됐을 가능성을 발표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은폐할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2일 우크라이나 1+1 방송은 지난달 8일 새벽 추락 장면을 목격한 다른 여객기(이란 아세만항공) 조종사와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공항 관제탑의 교신 녹음을 공개했다.
공개된 녹음에 따르면 이란 조종사는 당시 불빛 여러 개를 목격했고 이를 미사일이라고 확신하는 취지로 관제탑에 보고했다.
이를 근거로 이 방송은 이란 당국이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격추 직후부터 미사일 발사 사실을 알았을 수 있다면서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란 민간항공청은 보도자료에서 "추락 당시 관제탑과 여러 여객기의 교신이 많았고 이를 조사팀이 모두 모아 분석했다"라며 "불빛을 봤고 미사일이나 불덩어리 같다는 교신이 여러 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교신을 녹음한 파일과 관련 서류를 모두 우크라이나 측에 넘겼다고 덧붙였다.
이어 "(방송된) 아세만항공의 조종사는 조사 과정에서 '상공에서 불빛을 1분 30초 정도 봤다'라고 진술했고 추락 당시 동영상을 보고 같은 장면이라고 확인했다"라며 "증거와 승무원들의 진술을 종합해 전문가들이 추락 직후엔 엔진 화재나 여객기 내부 폭발로 결론 내렸다"라고 해명했다.
우크라이나 방송이 이 녹음을 공개한 데 대해 이란 민간항공청은 "조사 중인 항공사고의 자료를 외부로 내보내는 행위는 관련 법규에 어긋난다"라면서도 "이해 당사국과 계속 협력해 국제 기준에 따라 조사를 계속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추락 사흘 뒤인 지난달 11일 오전 미사일로 격추한 사실을 시인했다.
이를 발표한 아미르알리 하지자데 대공사령관은 "추락 직후 현장을 방문한 뒤 테헤란에 돌아와서 미사일로 격추했을 가능성을 보고받고 죽고 싶었다"라며 "정확히 사실을 확인한 뒤 10일 밤 실수로 여객기를 격추한 사실을 확정했다"라고 말했다.
이란 민간항공청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군부에서는 추락 당일 미사일 발사 사실을 인지했으나 이틀 정도 자체 확인 절차를 거친 뒤 정부 측에 이를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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