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지난해까지 현대차 그룹을 상대로 싸움을 벌인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재일교포 3세 손정의(孫正義·일본 이름 손 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지분을 대량 확보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엘리엇이 소프트뱅크 시가총액의 약 3%에 해당하는 25억 달러(2조9천600억원) 규모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미 손 회장 등 소프트뱅크 경영진을 만나 지배구조 개선 등에 초점을 맞춘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했다.
엘리엇은 스타트업 투자로 유명한 1천억 달러(118조7천억원) 규모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둘러싼 투자 결정 과정의 투명성 제고와 100억∼200억달러(11조8천억∼23조7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엇은 지분을 확보한 기업의 경영에 적극 개입하는 행동주의 펀드로, 과거 한국에서도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반대한 바 있고 현대차그룹을 상대로도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하다가 성공하지 못한 채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엘리엇은 지난해 소프트뱅크의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 투자 실패를 계기로 소프트뱅크 지분을 적극적으로 늘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설명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위워크의 기업공개(IPO) 불발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으로 10억 달러가 넘는 손해를 봤다. 그 여파로 작년 11월에는 소프트뱅크의 38년 역사상 최대 분기 적자를 냈다.
기본적으로는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미국 통신회사 스프린트와 일본의 통신사업 등 지분 가치만 대략 2천100억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소프트뱅크의 시가총액은 890억달러라는 점에서 투자 가치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엘리엇은 "소프트뱅크의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개선하기 위해 건설적으로 해법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도 "항상 주주들과 건설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며 "주주들의 의견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엘리엇은 과거에도 투자 대상 기업의 주가 상승을 위해 경영 개선을 종종 요구해온 만큼 이번에도 공격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진단했다.
다만 손 회장이 보유한 소프트뱅크 지분 22%는 이에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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