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 고로 15기 중 4기 폐쇄 추진…공급과잉 대응(종합)

입력 2020-02-07 16:58   수정 2020-02-07 17:02

일본제철, 고로 15기 중 4기 폐쇄 추진…공급과잉 대응(종합)
후공정 라인도 정비…"경쟁력 갖춘 설비 쪽에 생산능력 집약"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조강 생산량을 기준으로 일본 내 최대이자 세계 3위의 종합 철강그룹인 일본제철이 전체 15기의 고로 중 4기를 없애기로 하는 등 대대적인 생산 체제 개편을 추진한다.

일본제철은 7일 세계 철강 수요감소 및 공급과잉 등에 대응해 경영 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해 히로시마(廣島)현에 있는 구레(吳)제철소의 고로 2기를 내년 9월을 목표로 가동을 중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또 구레제철소에 있는 고로 2기 외에 철강 가공공장 등 모든 생산 시설을 2023년 9월 말까지 정리해 사실상 전체 공장을 폐쇄할 계획이다.
구레제철소 내의 제2고로에 대해선 원래 2024년 폐쇄 계획을 잡았다가 그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일본제철은 이와 함께 와카야마(和歌山)현 공장에 있는 고로 2기 중 1기의 가동을 2022년 9월 중단한다고 밝혔다.
와카야마제철소는 2012년 일본제철의 전신인 신일본제철에 합병된 옛 스미토모금속공업의 주력 공장으로, 조강생산량은 2019년 3월 결산기 기준으로 연간 432만t이었다.
이번에 가동 중단이 결정된 고로는 2009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제1고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년 정도밖에 안 된 고로의 가동을 멈추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작년부터 가동한 1기 고로 체제로 와카야마제철소를 운영해 생산 체제의 효율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제철은 이미 폐쇄가 결정된 기타큐슈 야하타(八幡)제철소 내 고로 2기 중 1기의 가동 중단 시기와 관련해서도 내년 3월 말에서 올해 9월 말로 앞당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제철의 전체 고로 수는 현재 15기에서 11기로 줄게 됐다.
고로 4기의 폐쇄를 마무리하면 일본제철의 전체 조강 생산능력은 15%가량 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은 "고로는 제철 공정의 상류 부분에 해당하는 핵심 시설이지만 운영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해외시장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일본 내 철강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워 비용 절감 효과가 큰 고로의 대폭적인 축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본제철은 아울러 나고야(名古屋)제철소 후판 생산 라인을 2022년 하반기에 폐쇄하는 등 후공정 생산 라인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본제철은 2018년 기준 조강 생산량이 4천922만t으로 일본 내 최대이자 세계 3위(조강생산량 기준) 철강업체다.
일본제철은 원료인 철광석 가격의 상승과 인력 부족 속에서 중국 등 신흥국 철강업체와의 경쟁이 심해진 영향으로 비용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에 철강재 거대 소비처인 자동차업계의 수요가 늘지 않아 이익을 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경영환경을 맞고 있다.
실제로 2018년 기준으로 세계 상위 10위권(조강생산 기준) 철강업체 중 중국 기업이 6곳이나 될 정도로 세계 철강산업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진 상황이다.
일본제철은 이날 발표한 작년 4~12월 연결 손익기준으로 3천573억엔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3월 결산 기준으로는 적자폭이 4천400억엔으로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야모토 가쓰히로(宮本勝弘) 일본제철 부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쟁력을 갖춘 설비 쪽에 생산능력을 집약해 사업 강화를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제철의 전신은 중일전쟁 등을 앞두고 일제의 철강 수요가 급증하던 시기인 1934년 야하타제철소 등 7개 일본 철강업체가 합병해 출범한 일본제철(당시 일본명: 니혼세이테쓰)이다.
일제 때 징용 인력을 활용했던 이 기업은 태평양전쟁이 일본의 패전으로 끝난 뒤 전범 재벌기업에 대한 미국 주도 연합군의 분할정책에 따라 4개 회사로 쪼개졌다.
이 가운데 제철업을 나누어 승계한 야하타제철(八幡製鐵)과 후지제철(富士製鐵)이 1970년 재합병해 신일본제철이 됐다.
이 회사는 또 2012년 10월 스미토모금속(住友金屬工業)을 합병하면서 신일철주금(新日鐵住金, 신닛테쓰스미킨)을 사명으로 쓰다가 작년 4월부터 다시 옛 이름인 일본제철로 사명을 변경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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