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중국의 한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업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으로 인한 계약 불이행에 대해 프랑스 석유 메이저 토탈에 불가항력을 통지했으나 퇴짜를 맞았다.
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토탈의 필리페 소케 가스·신재생에너지·전력 사업부 대표는 전날 사업설명회에서 "중국의 한 고객사가 불가항력을 통지해왔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기업이 신종코로나를 이유로 불가항력을 선언했다가 처음 공식적으로 거절당한 사례다.
앞서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中國國際易促進委員會·CCPIT)는 지난달 말 해외업체와 거래하는 기업들이 신종코로나로 피해를 보았을 때 불가항력 증명서를 발급해주기로 했으며, 해외에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불가항력 증명서는 무역 거래 중 감당하기 어려운 불가항력에 의한 화물의 멸실이나 손상, 계약 불이행 등이 발생하여 계약상 책임이 없음을 입증하는 서류다.
신종코로나가 확산하면서 국제 석유와 LNG 시장에서는 세계 최대 에너지 사용 국가인 중국의 소비가 줄어들고 수입 계약 이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며 관련 제품의 재고가 증가하고 가격이 급락했다.
소케 대표는 구체적으로 중국의 어느 기업이 불가항력을 통지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최대 LNG 수입업체인 중국해양석유(CNOOC)는 최근 신종코로나 충격으로 일부 화물의 즉각적인 인도가 어렵다며 최소 3곳의 공급업체들에 불가항력을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탈은 CNOOC의 최대 LNG 공급업체다.
법조계에서는 이에 대해 LNG 수송 계약이 일반적으로 영국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전염병 조항을 포함해 불가항력에 대한 구체적인 조항을 규정한다고 전했다.
불가항력이 성립하려면 첫번째 조건이 오랜 기간 지속해야 하고 수입업자가 물리적으로 화물 인도가 어려움을 입증해야 한다고 법조계 인사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전염병으로 항구가 폐쇄되거나 노동자들의 항구 접근이 어려워야 불가항력을 선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펌인 하인즈 앤드 분의 롭 패터슨 파트너는 "불가항력은 수요나 환율 같은 경제적인 환경변화보다는 예측하지 못한 운영 중단의 문제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종코로나로 인한 항만의 폐쇄와 규제로 LNG를 인도하지 못했다면 운영 중단이 될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세부 계약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CNOOC의 경우 이전에도 중국 내 약한 수요와 많은 재고, 따뜻한 겨울 날씨 등을 이유로 LNG를 직접 인도하지 않고 다른 곳에 되팔곤 했다.
또 장기 계약으로 공급되는 LNG 가격은 최근처럼 공급과잉일 때 현물가의 2배가 넘는다.
소케 대표는 "일부 장기 계약 수입업체들은 불가항력 개념을 이용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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