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독신제 방향성 언급 여부에 관심…보혁 갈등 재발할지 촉각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가톨릭 사제의 혼인을 금지한 사제독신제 전통을 고수할 것이냐, 제한적으로 완화할 것이냐'
바티칸 교황청은 작년 10월 지구촌 허파인 남미 아마존의 주요 이슈를 논의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와 관련한 '교황 권고'를 오는 12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한다고 7일 밝혔다.
교황 권고는 교황이 사목 차원에서 발표하는 문헌 명칭 가운데 하나다. 이번에 내놓을 교황 권고의 이름은 '친애하는 아마존'으로 정해졌다고 교황청은 전했다.
교황은 통상 시노드가 마무리되고서 몇 주 또는 몇 달 후 교황 권고 등의 형식으로 시노드에서 논의된 이슈와 관련된 의견 또는 결정사항을 발표한다.
가톨릭계에선 교황이 문헌을 통해 최근 보혁 갈등의 중심에 선 사제독신제의 방향성을 언급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사제가 혼인하지 않는 풍습은 약 4세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성직자의 독신주의가 교회법으로 규정된 것은 1123년 제1차 라테라노 공의회 때라고 한다. 이후 약 1천년간 이 전통은 유지됐다.
하지만 최근 가톨릭계 일부에선 아마존과 남태평양 등 극심한 사제 부족 현상을 겪는 일부 지역의 경우 명망 있고 존경받는 기혼 남성에게도 사제품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사제독신제 원칙을 고수하되 사제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사목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 한해 예외를 두자는 것이다.
작년 10월 한 달간 바티칸에서 진행된 이른바 '아마존 시노드'에서도 이 문제가 기후변화, 원주민 인권 보호 등과 함께 주요 이슈로 논의됐고, 폐막 때 이를 찬성하는 입장을 담은 권고문이 채택돼 관심을 끌었다.
가톨릭 교리와 사회·경제적 주요 쟁점에서 진보적 목소리를 내온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 문제에 비교적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과거 사제독신제를 '주님의 선물'이라며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도 한편으로 이는 교리(doctrine)가 아닌 전통(tradition)이라며 지역 사정 또는 필요에 따라 수정 가능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한 가톨릭 내 보수파들의 태도는 완강하다. 사제독신제에 한번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종국에는 전통 자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한치의 수정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사제독신제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수정주의적' 태도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책의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교계에 거센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사제독신제를 두고 전임 교황과 현 교황이 정면충돌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베네딕토 16세 측이 공저자 기재를 승인한 적 없다며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하면서 논란은 수그러들었으나 사제독신제 이슈의 폭발력을 방증한 사태로 가톨릭계에서 회자했다.
가톨릭계 안팎에서는 이번 교황 권고 문헌의 내용에 따라 사제독신제를 둘러싼 첨예한 갈등이 재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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