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통령 전용기 복권' 발행…상품은 비행기 아닌 현금

입력 2020-02-08 01:36  

멕시코 '대통령 전용기 복권' 발행…상품은 비행기 아닌 현금
100명에게 전용기 가격과 비슷한 상금 나눠주고 전용기는 계속 매각 추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대통령 전용기 처분 방안을 고심해온 멕시코가 '대통령기 복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단 당첨 상품은 전용기가 아니라 현금이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오전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옵션을 고려한 끝에 대통령기를 걸고 복권을 발행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멕시코 정부는 한 장에 500페소(3만2천원)짜리 복권 600만 장을 3월부터 판매한 후 오는 9월 15일에 당첨자를 추첨할 예정이다.
복권 발행은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전용기 처분 방안으로 제시한 아이디어 중 하나였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2018년 12월 취임 전부터 전임자가 2억1천800만 달러(약 2천600억원)에 사들인 호화 전용기를 매각하겠다고 공언했다. 취임 후엔 줄곧 전용기 대신 민항기로 출장을 다녔다.
그동안 전용기는 쉽사리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미국 격납고에 1년 넘게 서 있었고, 보관·유지비용만 눈덩이처럼 쌓여가자 멕시코 정부는 다시 전용기를 멕시코로 가져와 대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고심 끝에 '복권 발행' 아이디어가 채택됐지만, 당초 계획과는 차이가 있다.
내달 발행될 복권은 이름도 '대통령 전용기 복권'이고 복권 앞면에도 전용기 사진이 떡하니 실리지만 당첨돼도 비행기를 받을 수는 없다.
멕시코 정부는 100명의 당첨자에게 2천만 페소(약 12억7천만원)의 상금을 나눠줄 계획이다. 총상금은 1천270억원으로, 전용기의 매각 가격 1억3천만 달러(약 1천551억원)와 대충 비슷하다.
그 사이 전용기는 계속 매각이나 대여를 추진하고, 나머지 복권 수익금을 전용기 유지비에 활용할 계획이다.
전용기가 팔리거나 임대돼 발생하는 수익금은 의료장비 확충에 쓰게 된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번 복권 발행이 "비행기를 서둘러 헐값에 매각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은 곧 기업인들을 만나 복권 구매 협조를 요청한다며 "복권이 다 팔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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