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반정부시위 유혈진압에 넉 달 간 543명 사망"

입력 2020-02-08 03:59  

"이라크 반정부시위 유혈진압에 넉 달 간 543명 사망"
최고 종교지도자, 알라위 총리지명자 지지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라크 민관 합동기구인 고등인권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지난해 10월1일부터 넉 달 간 수도 바그다드와 남부 지역 주요도시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543명이 사망했다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위원회는 사망자 가운데 17명이 군경이며, 바그다드에서만 276명이 시위 도중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부상자 수는 3만여명으로 추산했다.
사망, 부상의 원인은 시위를 해산하려는 군경이 쏜 실탄과 최루탄, 연막탄이라고 위원회는 지목했다.
그러면서 "보건 당국이 10월 1일 첫 사망자를 확인했을 뿐 이후 인명 피해 상황에 대한 자료를 계속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했다"라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또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시민 2천700여명이 체포돼 이 가운데 328명이 현재 구금 중이며, 72명이 실종됐다고 발표했다.
이라크에서는 경제난에 지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지난해 10월1일부터 정치 기득권의 부패와 무능을 비판하면서 거리 시위를 격렬하게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초 미군이 바그다드 공항에서 이란 군부 거물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폭사시키고 이에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기지에 탄도미사일을 쏴 보복하는 일이 벌어지자 반정부 시위는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미국과 이란의 공방이 이라크에서 벌어지면서 조직력이 강한 친이란 세력이 반미 여론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힘입어 이라크 당국이 지난달 하순부터 반이란 성격이 강한 반정부 시위대를 다시 강경하게 진압해 시위가 격화했다.
이 와중에 반정부 시위대를 지지했던 유력 정치인 겸 성직자 무크타다 알사드르 측이 사회 정상화를 명분으로 시위대에서 철수하고 친정부 진영으로 돌아섰다.
의회에서 최다의석을 보유한 알사드르 세력은 1일 친이란 정파 파티동맹과 연합해 무함마드 타우피크 알라위 전 통신장관을 새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알사드르의 추종 세력은 '낡은 인물'이라며 알라위 총리 지명자를 거부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기거하는 천막과 임시 시설을 부수고 불을 질렀다.
급기야 5일 이라크 남부 나자프에서는 알사드르의 추종세력이 반정부 시위대를 공격, 7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라크에서 영향력이 큰 최고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는 7일 낸 설교문에서 "정부가 반정부 시위대를 보호하는 의무를 소홀해선 안된다"라고 알사드르 측을 비판하는 동시에 "새 정부는 조기 총선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이행하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라고 밝혀 알라위 총리 지명자를 지지했다.
알라위 총리 지명자는 비록 알사드르 세력의 지원으로 총리직을 맡게 됐지만, 자신을 반대하는 시위대를 옹호하면서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면모를 부각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그는 7일 낸 성명에서 "광장에 모인 시위대가 지난 이틀간 불행히도 죽고 다쳤다. 우리 젊은이들이 이렇게 위협에 계속 노출된다면 나는 총리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않을 것"이라며 반정부 시위대를 공격하는 알사드르 추종 세력을 비판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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