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수출전망 2.3 → 2.1%·투자 2.0 → 1.9%로…"中 중간재 의존도 높아 취약"
무디스 "유통·자동차·반도체·전자·화학·정유·철강 영향"
일각서 1분기 성장률 -0.7 ~ -0.3% 전망도
(세종·서울=연합뉴스) 김경윤 정수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세계 주요 투자은행(IB)과 해외 경제연구기관들이 한국의 올해 수출과 투자 증가율 전망을 낮추고 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이 어두워진 가운데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5%에서 1.5%로 대폭 낮추기도 했다.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중간재 비중이 큰 데다가 이번 사태로 빚어진 소비 부진이 추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주된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신종코로나 사태가 일시적인 쇼크지만 연간 성장세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특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지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9일 블룸버그가 집계한 투자은행(IB)과 경제연구기관 등의 올해 한국 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2월 응답 평균 2.1%로, 전월(2.3%)보다 0.2%포인트 내렸다.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한 곳은 옥스퍼드대 산하 연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로, 올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0.5%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외 소시에테 제네랄과 JP모건 체이스가 각각 1.7%, 1.8%로, 2%를 밑도는 수출 증가율을 예상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말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제시한 3.0%보다 한참 낮은 수치다.
수출 전망치가 한 달 만에 0.2%포인트 하락한 것은 지난달 말부터 불거진 신종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이달 초 내놓은 별도 보고서에서 "한국 1월 상품 수출이 1년 전보다 6.1% 감소하며 1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부진한 세계 교역을 반영한 것인데 이 같은 현상이 중국의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으로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신종코로나 확산에 따른) 중국 공장의 폐쇄가 한국의 중간재 수요에 압력을 가하면서 한국의 2월 수출은 분명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투자 관련 전망도 한 달 새 하향조정됐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한국의 올해 투자 증가율 전망치는 1월 2.0%에서 0.1%포인트 하락해 1.9%로 주저앉았다.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스탠다드차타드가 각각 0.8% 증가를 전망해 평균 전망치를 끌어내렸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당장 중국으로부터의 중간재 수입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인 데다가, 점차 소비가 줄어들면서 산업이 위축되고 장기적으로는 설비투자 감소로 이어지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중국산 중간재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위험요인이다.
중국산 중간재 수입 차질로 한국 산업이 받은 타격은 현대기아차,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공장 가동 중단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또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중국과 홍콩으로부터 수입하는 식료품·에너지 제외 중간재 규모는 673억 달러(약 80조3천억원·2018년 기준)에 달한다.
규모 기준으로는 주요국 가운데 미국(1천700억 달러) 다음으로 가장 크다.
핵심 중간재 수입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28.4%로, 베트남(41.6%), 필리핀(30.8%)에 이어 3번째로 높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이 같은 측정법에 따르면 베트남 다음으로는 한국과 필리핀 경제가 코로나바이러스에 취약하다"며 "한국의 자동차나 전자제품, 일본의 섬유 등 중국 생산업체에 기대고 있는 아시아 생산업체가 특히 중국 산업생산 차질에 취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반도체 등 전자제품과 유통 등이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라 타격을 받을 업종으로 꼽힌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6일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이 중국 안팎에서 소비심리와 소비지출을 위축시키고 생산·공급망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수 산업의 한국 기업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서는 국내 기업 가운데서도 유통, 자동차, 반도체·전자, 정유, 화학, 철강 산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한국의 성장률을 견인하는 주요 동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성장률 전망 역시 어두워진 상황이다.
이미 일부 IB와 해외 연구기관은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한국의 올해 GDP 성장률을 2.5%에서 1.5%로 대폭 낮췄다. 조정 폭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 3번째로 컸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경우에도 한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2.0%로 낮췄다.
JP모건도 올해 성장률 전망을 2.3%에서 2.2%로 낮췄다.
이 가운데 한국은행이 이달 27일 내놓을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올해 한국 GDP 성장률을 2.3%로 제시한 바 있다.
일각에서 1분기 성장률이 -0.7%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1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0.7% 안팎으로 예상한다"며 "신종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에는 기업들이 설비 투자를 미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성장률은 한국은행 전망치인 2.3%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자동차 부품 수입도 문제지만 이외 중국에서 수입하는 중간재 부문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도 "1분기 성장률을 전기 대비 -0.3%로 본다"며 "일시적인 쇼크지만 연간 성장에는 타격을 줄 것이며 국내 서비스 소비가 일부는 이연되더라도 2·3분기에도 완전히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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