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승객 바탕 일반화 선형회귀 분석…일각선 기후·면역체계 이유로 추정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구 2억7천만명의 인도네시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진 환자가 한 명도 없는 점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9일 기준으로 동남아시아의 신종코로나 확진자는 싱가포르 40명, 태국 32명, 말레이시아 16명, 베트남 13명, 필리핀 3명, 캄보디아 1명 등 100명이 넘었다.
인도네시아 보건부는 지난 7일 "지금까지 50명의 감염 여부를 검사해 49명이 음성판정을 받았고, 1명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술라웨시섬 마나도에 사는 두 살배기 중국국적 아기와 서파푸아 소롱의 39세 중국인 관광객, 한국에 다녀온 술라웨시 남동부 큰다리 주민 등이 발열, 호흡곤란 등의 증상으로 격리됐다.
신종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서 전세기에 태워 귀국시킨 인도네시아 교민과 가족 238명 중에서도 유증상자는 없다고 보건부는 덧붙였다.
하지만, 하버드 T.H.챈 보건대학원은 "인도네시아에서 신종코로나 환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은 미감지 사례가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연구 결과 초안을 내놓았다고 자카르타포스트가 보도했다.
인도네시아와 우한을 오가는 항공 여행객이 많았기에, 신종코로나 감염자가 이미 나왔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버드연구팀은 우한발 항공승객량을 바탕으로 일반화 선형회귀 분석을 시행한 결과 인도네시아에서는 1명∼10명의 신종코로나 감염자가 확인됐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동료평가를 거쳐 확정된다.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우한발 여객기의 목적지를 보면 태국(33%), 일본(12%), 말레이시아(10%), 싱가포르(9%), 홍콩(8%)에 이어 인도네시아(7%)가 6위를 차지했다.
인도네시아의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0명인데 대해 현지 매체들은 '기후와 인종의 영향이 있을 것', '인도네시아인들의 면역체계가 외부 바이러스에 강할 것', '하루 다섯번 기도와 식사할 때 등 매일 10차례 이상 손을 씻어서 그럴 것' 등 다양한 추정을 내놓는다.
특히 '인도네시아 보건부의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검출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구심이 크다.
그러나 보건 당국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부터 신종코로나 검사를 위한 프라이머(시발체) 2천개를 받았다"며 이런 의구심을 일축했다.
지난 2002∼2003년 17개국에서 774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사태 때도 인도네시아는 2명의 의심 환자만 보고했다.
홍콩대는 이후 연구에서 "인도네시아의 고온 다습한 기후가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의 비활성화에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전에 코로나바이러스를 연구한 인도네시아 가자마다대 수의학 교수 와시토는 "신종코로나에 대해 아직 연구할 부분이 많지만, 이 바이러스가 열과 태양에 노출돼 인도네시아에서는 오래 생존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중국은 지금 겨울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전문가인 비비 세티와티는 "추운 나라에서 신종코로나 환자가 더 많이 나왔지만, 필리핀 등 열대 국가에서도 감염자가 확인됐다"며 바이러스의 특성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편,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5일부터 중국 본토를 오가는 모든 항공노선 운항을 금지하고, 중국 본토를 다녀온 지 14일이 지나지 않은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여객기 운항 중단으로 발리섬의 중국인 관광객 3천여명의 발이 묶이자 8일 우한행 전세기(189석)를 띄우도록 허가했다. 중국 동방항공 소속 여객기가 승객을 태우지 않고 빈 비행기로 발리섬에 왔다.
하지만, 61명만 전세기를 타고 우한으로 돌아갔고 나머지는 발리섬에 더 머물거나 우회 노선 여객기를 이용하기로 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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