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좌파 아이콘' 룰라 전 대통령 "다시 거리에서 싸울 것"

입력 2020-02-10 03:04  

브라질 '좌파 아이콘' 룰라 전 대통령 "다시 거리에서 싸울 것"
노동자당 창당 40주년 행사…"보우소나루 정부 모든 것 파괴…대안 없어"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좌파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에 맞서는 거리 투쟁을 촉구했다.
9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전날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창당 4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강력한 반(反) 보우소나루 투쟁을 주문했다.
행사에는 재임 당시 '세계에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으로 일컬어지던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과 브라질 좌파 정당 주요 인사 등 수천 명이 참석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정부가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없다"면서 "이에 저항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서 싸우지 않으면 우리는 길을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보우소나루 정부는 미국에 굴종하고 우리가 이룬 것들을 무너뜨리고 있다"면서 "가장 최근의 선거는 우리에게 정치에 대한 책임감을 알려주었다"고 말했다. 2018년 대선 패배를 설욕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노동자당의 혁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자기비판에 매몰돼 당세를 스스로 위축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당은 1980년 2월 10일 창당했으며, 올해 1월 현재 150만 명의 당원을 보유하고 있다. 하원(전체 513명)에서는 53명의 의원을 가진 원내 1당이며, 상원(전체 81명)에선 의원 6명을 갖고 있다. 전체 주지사 27명 가운데 4명, 전체 시장 5천570명 가운데 256명이 노동자당 소속이다.
노동자당은 2016년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과 같은 해 지방선거 참패, 2018년 대선 패배 등을 거치며 당세가 위축됐다. 올해 10월 지방선거 승리로 과거의 정치적 영향력을 회복하겠다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룰라 전 대통령은 최근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는 "보우소나루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에 굴종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친(親)트럼프' 행보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지난 5일 브라질의 진보 성향 온라인 매체인 '브라질 247'과 인터뷰를 통해선 "브라질의 엘리트들은 미국의 구두를 핥는 '떠돌이 개'와 같은 행동을 멈춰야 한다"면서 "누구도 자신을 스스로 존중하지 않는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중국이 세계적인 강대국이 되기를 원치 않는 것처럼 브라질이 중남미의 지역 강국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미국에 대한 반감도 드러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여과 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파울루 게지스 경제부 장관이 공기업을 매각하는 데만 관심을 둔 채 노동자와 실업자, 빈곤층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더 매각할 것이 없어지면 아마도 영혼까지 팔려고 할 것"이라며 민영화 정책을 정면 공격했다.
fidelis21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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