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마츠네프 30년전 성범죄 혐의 공소시효 지나 기소 불가
검사장, 방송 출연해 "남겨진 피해자 없도록 책임 다할 것"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저명한 작가가 30년 전 미성년자를 상습 성폭행한 혐의를 수사 중인 프랑스 경찰이 이 작가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와 목격자를 수소문하고 나섰다.
수사가 시작된 사건의 시효가 이미 만료된 관계로 기소를 할 수 없게 되자 검·경은 다른 피해자들을 찾아내 그를 법정에 세운다는 방침이다.
프랑스 작가 가브리엘 마츠네프(83)의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를 수사 중인 파리 경찰은 11일(현지시간) '이번 사건 수사와 관련해 자신이 피해자이거나 목격자일 경우 경찰에 즉각 신고해 달라'는 내용의 공고를 온·오프라인으로 게시했다.
유명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인 마츠네프는 과거 15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작가이자 출판인인 바네사 스프링고라(47)가 자신의 청소년 시절 성폭행 피해 경험을 담은 에세이 '동의'(Le Consentement)를 발표한 다음 날 마츠네프를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스프링고라는 책에서 1980년대에 자신이 14세였을 당시 50세였던 마츠네프의 꾐에 넘어가 그와 강제로 수차례 성관계를 했다고 폭로했다.
경찰은 수사에 즉각 착수했지만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문제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과거 마츠네프로부터 성범죄를 당했거나 목격한 사람들을 수소문하기로 했다.
수사를 지휘하는 파리검찰청의 레미 하이츠 검사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유럽1 방송에 출연해 "프랑스 안팎에 있을 수 있는 추가 피해자들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검사의 책임은 남겨진 피해자들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츠네프는 2013년 프랑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르노도상의 에세이 부문을 수상한 작가로, 한국에도 그의 '거짓말하는 애인', '결별을 위하여' 등의 작품이 번역 출간돼 있다.
그는 1970년대에 발표한 '16세 이하'라는 에세이에서 청소년과 성관계를 하는 것을 찬양하고, 다른 여러 저서에서도 아시아의 젊은 소년들과 성관계를 하는 섹스 관광을 미화한 전력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마츠네프가 과거 아동에 대한 성 착취를 공공연히 옹호한 것을 지식인 사회가 별다른 제재도 하지 않고 사실상 감싸줬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스프링고라의 저서가 출간된 이후 지금은 기류가 크게 달라졌다.
프랑스 문화부는 2002년부터 그에게 마츠네프에게 지급해온 보조금 지원을 중단했고, 주간지 르 푸앙은 마츠네프의 연재란을 없애버렸다.
문화부는 마츠네프가 국가로부터 수훈한 문화예술 공로훈장 2개의 서훈 취소도 검토 중이며, 그의 책을 출간했던 저명한 출판사 갈리마르와 온라인 서점들도 줄줄이 절판과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현재 이탈리아 북부에 도피 중인 것으로 알려진 마츠네프는 지난달 BFM 방송과 인터뷰에서는 죄를 뉘우친다면서도 "과거에는 그 누구도 그것이 범죄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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