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스 수반 "불법을 합법화하는 것, 거부"…이스라엘 대사 "테러선동 지도자는 파트너 못돼"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11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제안한 중동평화구상을 놓고 충돌했다.
이날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미국의 중동평화구상에 대한 거부 입장을 재천명하며 비판하자 유엔주재 이스라엘 대사가 반격에 나선 것이다.
팔레스타인은 유엔 정식 회원국이 아니며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바스 수반은 이날 회의에서 "나는 1천300만명의 팔레스타인인을 대신해 평화를 촉구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미국의 제안을 거부한다는 팔레스타인의 입장을 재확인시키고자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아바스 수반은 "그것(미국의 중동평화구상)은 팔레스타인 권리의 정당성을, 자결과 자유 독립에 대한 우리의 권리를 폐기하는 것이며, 팔레스타인 땅에서의 (이스라엘의) 정착과 합병 등 불법을 합법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바스 수반은 "이번 계획이나 계획의 일부가 협상을 위한 국제적인 기준으로 고려돼서는 안 된다. 이것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종식하기 위한 이스라엘과 미국의 선제적 계획"이라면서 "그것은 동예루살렘이 더이상 (향후 건설할) 팔레스타인 국가의 주권 하에 있지 않다고 간주하기 때문에 우리에 의해 거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중동평화구상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의 경계선에 따라 '2개 국가'(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각각 독립국으로 공존)를 구축한다는 기존의 모든 합의와 의무를 거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아바스 수반은 "미국이 유일한 중재자가 아니다"라면서 미국과 러시아, 유럽연합(EU), 유엔 안보리 등이 참여하는 국제회의를 촉구했다.
아바스 수반은 미국의 중동평화구상에 따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도를 흔들며 "정말 스위스 치즈 같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중동평화구상에 따른 팔레스타인의 영토를 구멍이 많은 스위스 치즈에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내놓은 중동평화구상은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고 팔레스타인이 예루살렘 동쪽의 변두리를 수도로 국가를 건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니 다논 유엔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아바스 수반이 정말 평화를 원한다면 "유엔이 아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협상을 위해 예루살렘에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다논 대사는 "그(아바스)가 물러날 때만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앞으로 나갈 수 있다"면서 "'거부주의'(rejectionism)와 테러에 대한 선동·미화를 선택하는 지도자는 결코 평화를 위한 진정한 파트너가 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우리가 정말 이 순간 지지하는 것은 두 당사자(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가 함께 테이블에 앉아 이 계획을 어떻게 촉진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것"이라면서 "그것(중동평화구상)은 비전이지 합의안이 아니다. 그것은 기회이고 오늘이 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중동평화구상에 맞서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인 튀니지와 인도네시아 주도로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에 대한 합병 계획을 비난하는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팔레스타인도 이 결의안 채택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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