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북부서 2.86m 껍질 화석 발굴…몸무게는 근연종 100배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약 1천300만년 전 남미 북부의 열대 습지와 강을 누비던 승용차 크기의 초대형 고대 거북 화석들이 새로 발굴돼 학계에 보고됐다.
'엄청나게 큰 거북'이라는 뜻으로 '스투펜데미스 게오그라피쿠스'(Stupendemys geographicus)라는 학명이 붙은 이 거북은 몸길이가 4m에 달하고 몸무게는 1.25t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스투펜데미스는 사실 1970년대에 처음 발견됐다. 하지만 최근 콜롬비아 타타코아 사막과 베네수엘라 우루마코 지역 등지에서 이 거북의 화석이 비교적 온전한 형태로 잇따라 발굴되면서 고대 거북의 생태 특성까지 파악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논문으로 발표됐다.
스투펜데미스는 약 7천만년 전 공룡시대 말기에 먼바다에서 살았던 원시 거북 '아르켈론'(Archelon)이 약 4.6m까지 자라 지구상 거북 중에서는 두 번째로 큰 종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화석 중 가장 큰 것은 등딱지 크기가 2.86m에 달해 아르켈론 등딱지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존하는 거북 등딱지 화석으로는 가장 큰 셈이다.
취리히대학 고생물학 박물관·연구소의 마르셀로 산체스 관장이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스투펜데미스 화석을 통해 수컷이 암컷과 달리 목 옆 등딱지에 창처럼 뿔을 달고있어 동료간 짝짓기 경쟁이나 영역 다툼 때 활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거북은 머리가 딱지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는 곡경아목과 딱지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는 잠경아목 두 종류로 나뉘는데, 스투펜데미스와 같은 곡경아목 거북 중에서 뿔 형태로 암수가 갈리는 것이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스투펜데미스는 주로 호수나 강 등 민물의 바닥에서 생활하며, 작은 동물이나 물고기, 악어, 뱀 등을 잡아먹었으며, 과일이나 씨앗 등도 먹은 것으로 분석됐다.
평균 몸무게는 1천145㎏으로, 근연종인 '아마존강 큰머리 거북'의 10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강 큰머리 거북은 스투펜데미스의 아래턱뼈를 포함한 주요 뼈 화석 분석 등을 통해 거북 계통수에서 현존하는 거북 중에서는 가장 가까운 종으로 확인됐다.
논문 제1저자인 콜롬비아 로사리오 대학의 에드윈 카데나 박사는 로이터 통신과의 회견에서 "스투펜데미스 중 큰 개체는 머리와 목, 딱지, 다리 등을 모두 고려하면 승용차만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크기에도 스투펜데미스는 천적도 갖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투펜데미스가 서식했던 곳은 카이만 악어 중 가장 큰 푸루사우루스(약11m)가 출몰하던 곳과 겹쳤다. 푸루사우루스의 크기나 먹이 선호도뿐만 아니라 스투펜데미스 껍질 화석에 난 5㎝ 크기의 이빨 구멍 등으로 유추해 볼 때 푸루사우루스가 스투펜데미스의 포식자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스투펜데미스 화석이 발견된 곳이 현재는 사막이지만 500만~1천만년 전에는 다양한 생물로 넘쳐나던 무더운 습지였다면서 이번 발굴 결과로 스투펜데미스가 지금까지 추정되던 것보다 훨씬 더 넓은 지역에 서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