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사망자 폭증' 통계기준 바꾼 중국에 '대혼란'

입력 2020-02-13 11:20   수정 2020-02-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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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사망자 폭증' 통계기준 바꾼 중국에 '대혼란'
핵산검출 없어도 CT촬영으로 확진 판단…사망자 수 기존 폐렴환자 포함한듯
코로나19 검사 정확도 30∼50% 수준이 원인…진단 기준 완화로 급증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와 사망자가 하루 새 폭증한 가운데 중국 보건당국이 새롭게 발표한 확진 기준인 '임상진단병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에서는 하룻밤 새 확진 환자가 1만명 이상, 사망자 수가 200명 이상 급증하자 혼란이 일고 있다.
중국 보건당국이 새롭게 적용한 임상진단병례는 기존 검사 방식인 핵산 검출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더라도 발열,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가 컴퓨터단층촬영(CT) 촬영 결과 폐렴 증상이 있을 경우 임상 의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보건당국이 기준을 변경함으로써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후베이(湖北) 지역에서는 13일 0시 기준 확진 환자와 사망자가 각각 1만4천840명, 242명으로 대폭 늘었다.
특히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우한은 확진 환자가 1만3천436명, 사망자가 216명으로, 새로 증가한 수치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급격한 수치의 증가는 중국 보건당국이 기존 사망자와 의심 환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 추산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후베이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임상진단병례 수치를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다른 지역 역시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확진 환자와 사망자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퉁차오후이(童朝暉) 베이징차오양병원 부원장은 관영 중앙(CC)TV와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폐렴을 진단할 때 병원균을 검출을 통해 병인학적 진단을 하는 경우는 20∼30%에 불과하고, 70∼80%는 임상 진단을 통해 판단한다"면서 "이전 기준에 따르면 임상진단병례 환자는 의심 환자로 분류됐다"고 말했다.
퉁 부원장의 주장대로라면 현재 의심 환자로 분류된 상당수가 확진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후베이 당국은 확진 환자 기준 변경에 대해 "다른 지역의 확진 환자 기준과 후베이 지역의 기준을 일치시키기 위해 의심 환자에 대해 일일이 조사를 거쳐 통계 수치를 수정했다"면서 "이는 의심환자들이 확진자와 같이 조기에 치료를 받아 완치율을 높이도록 임상 진단 기준을 새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베이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다른 지역은 이미 임상진단을 통한 확진 판정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런 주장의 정확한 진위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보건당국이 코로나19 사태가 두 달 가까이 지난 상황에서 확진 환자 기준을 변경한 것은 통계 수치와 현실에서 체감하는 환자 수의 격차가 날로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실질적 통계'에 가깝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의 통계에 대한 불신은 이번 사태가 발생한 이후 사망자나 확진자 수치에 대한 '은폐론'이나 '축소론' 형식으로 계속 제기돼 왔다.
홍콩 등 중화권 매체들은 그간 우한지역 병원에서 늘어나는 환자와 사망자 수와 비교해 정부의 공식 통계 수치에 큰 차이가 있다고 보도해 왔다.
환자가 집중된 우한지역에서는 치료시설 부족으로 폐렴 환자일 가능성이 높은데도 지정 병원을 찾았다가 수용되지 못하고 다른 의료시설로 옮기거나 자가 치료를 하는 상당수가 공식 통계에서 누락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한 의료인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한 현지에 파견된 동료 의사에 따르면, 하루에 진료를 보는 환자 중 60∼70%가 확진 판정을 받고, 사망자도 매일 크게 늘고 있다"면서 "정부의 공식 통계에 현장 상황이 얼마나 제대로 반영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중국 당국이 이번에 통계 수치 기준을 변경한 것은 그간 제기된 환자 수치 축소·은폐 의혹에 대한 부담을 한 번에 털어내려는 의도도 담겨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보건 전문가들은 이번 기준 변경 조치가 전염의 급속 확산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청광(曾光) 중국질방방지센터 전염병 수석과학자는 "코로나19 환자의 양성 판정은 상당히 느리게 나온다는 특징이 있다"면서 "이로 인해 쉽게 감염이 확산하는데 이번 진단 기준 변경은 감염 통로 누수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주장대로 양성 판정 전에 감염이 일어난다면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는 사람 간 전염에 대한 초기대응 미흡을 뒤늦게 시정한데 이은 또 하나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될 공산이 크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확진 판단 기준을 변경함으로써 중국 보건당국에 대한 비난도 다시 거세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chin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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