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 대학살 감추는 푸틴…'종신집권 플랜' 방해 염려하나

입력 2020-02-13 16:13  

스탈린 대학살 감추는 푸틴…'종신집권 플랜' 방해 염려하나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개헌을 추진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을 계기로 애국주의 고취에만 열을 올리고 당시 스탈린 정권의 대학살 진상규명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미국동부 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작년 말 대통령실 소속 시민사회인권위원회 회의에서 이오시프 스탈린 정권의 숙청 정보를 망라한 공공 데이터베이스 구축 요청에 "큰 위험"을 들어 반대했다.
푸틴 대통령은 "1930년대에 내무인민위원회(NKVD·스탈린 정권의 비밀경찰)가 어떻게 활동했는지 안다"며 "유족의 입장에서 선조의 사건이 공개되는 것이 기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탈린 정권은 1936년부터 1939년까지 대대적인 숙청을 진행해 70만∼120만명을 살해했다.
탄압이 절정에 달했던 1937∼1938년 시기는 특별히 '대숙청' 또는 '대공포'로 불린다.


당시 대량 학살이 벌어진 모스크바 남쪽의 부토보에서는 정교회 사제 1천명, 유대교 지도자, 러시아 저명인사 등 수만명이 살해됐으며 3만명이 한 곳에 집단 매장됐다.
NKVD는 죄수들이 탄 트럭에 일산화탄소를 주입해 한꺼번에 살해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는 법정 증언도 나왔다.
1991년 소련 붕괴 후 약 15년간 스탈린 정권의 악행을 담은 기록이 세상에 드러났으나 2006년 푸틴 대통령이 NKVD를 계승한 국가보안위원회(KGB) 기록물 공개를 사실상 차단한 후 다시 어둠에 묻히게 됐다.
푸틴 대통령 본인도 KGB 요원 출신으로, KGB를 잇는 연방보안국(FSB) 국장을 지냈다.
부토보에서 숨진 주민의 손자로 스탈린 정권의 대숙청 정보공개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이끄는 키릴 칼레다 신부(정교회)는 "우리는 진실을 원한다. 은폐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블룸버그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스탈린의 악행 공개에 소극적인 것은 자신의 '강력한 러시아' 비전과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스탈린 정권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는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러시아' 이데올로기의 중심에 해당하기 때문에 같은 시기에 벌어진 대학살 등 과오가 부각되기를 원치 않으며 그를 감싸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푸틴 대통령 정부가 올해 개헌을 앞두고 승전 75주년을 활용해 대대적으로 애국주의를 고취하는 가운데 스탈린 정권에 대한 비판론은 그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
이번 개헌은 푸틴 대통령의 종신집권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게 외부의 지배적 시각이다.
과거에도 푸틴 대통령은 스탈린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여러 번 했다.
2017년 푸틴 대통령은 미국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과 인터뷰에서 서방이 소련과 러시아를 흠집 내려는 의도로 스탈린을 "과도하게 악마화했다"고 주장했다.
또 1939년 체결된 독·소 불가침 조약을 이유로 스탈린이 나치주의와 마찬가지로 2차 대전 발생에 책임이 있다는 서방의 비판에 푸틴 대통령은 여러 차례 조약의 정당성을 역설하며 스탈린을 두둔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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