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증언' 곤욕 치른 트럼프, '정상통화 배석 관행' 철폐 시사

입력 2020-02-14 10:16  

'탄핵증언' 곤욕 치른 트럼프, '정상통화 배석 관행' 철폐 시사
"닉슨 시절 떠올라, 끔찍"…"배석·기록은 대통령 도우려는 것" 반박도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의회의 탄핵 심판으로 곤욕을 치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의 통화 내용을 참모들이 함께 듣고 기록하는 백악관의 오랜 관행을 없앨 수도 있다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그 관행을 완전히 끝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이나 한국 등 각국 정상이 외국 정상과 통화할 때에는 국가안보실이나 상황실, 해당 이슈와 관련된 참모 등이 배석해 정상 간 통화를 기록하는 게 일반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절차를 없애겠다고 한 것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둘러싼 최근의 탄핵 심판 과정에서, 자신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통화 자리에 배석한 참모가 의회에 불리한 증언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내 우크라이나 최고 전문가였던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은 최근 하원에서 작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와의 통화 당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아들 헌터에 대해 조사를 요청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증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심판이 무죄로 결론 난 뒤 그를 백악관에서 그의 쌍둥이 형제와 함께 쫓아내고 군사 징계위원회 회부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고든 손들런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 역시 본국 소환돼 대사직을 박탈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탄핵이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어두운'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그것은 끔찍한 일이다. 다른 누구보다 닉슨을 떠올리며 그 암흑기가 우리나라에 어땠는지 그 테이프와 공포 쇼로 모든 게 어땠는지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백악관에 걸려 있는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 옆을 종종 지나간다면서 "닉슨의 초상화는 다른 대통령 것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과는 좀 다르다"며 "나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완전히 당파적인 이유로 탄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정상 간 통화에 대한 공식기록 역할을 하는 일종의 '메모'를 하는데, 트럼프 집권 초기 멕시코 등 일부 국가 정상과의 통화 내용이 언론에 유출되면서 메모의 배포를 엄중 단속해왔다고 AP는 전했다.
하지만 배석이나 기록물을 없애게 할 수도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생각은 부작용을 전혀 고려치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상황실을 지휘했던 래리 파이퍼는 "(정상 간 통화 배석 및 기록이라는) 오랜 관행은 대통령을 돕고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은 대통령과 국가안보보좌관이 정상 간 통화로 만들어진 어떤 합의도 추적하게 할 수 있고, 상대국의 부정확한 주장을 신속·정확하게 반박하게 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관행 중단은 대통령이 자기 발에 총을 쏘는 격"이라며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숨길 게 있다는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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