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성금을 세금처럼 쓰나요?" 중국 우한 기부자들의 분노

입력 2020-02-14 14:30   수정 2020-02-14 16:10

"왜 성금을 세금처럼 쓰나요?" 중국 우한 기부자들의 분노
자선단체 거액 성금을 지방정부 예산으로 쓰자 여론 폭발
中 불투명한 성금사용 고질병…'눈송이 소년' 받은 성금 고작 140만원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중국 각지에서 성금 모금이 잇따르는 가운데 한 자선단체의 성금 사용이 중국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인가를 받은 최대 자선단체 중 하나인 중화자선총회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우한시 정부에 27억 위안(약 4천600억원)의 성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중화자선총회는 이 성금이 병원 건립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여론의 거센 질타를 불러왔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시의 재정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모은 성금이 어떻게 시 정부 예산으로 쓰일 수 있느냐는 질타이다.
중국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수만 명의 누리꾼이 성토의 글을 쏟아냈다.
5천 위안(약 85만원)의 성금을 냈다는 탕 씨는 "내가 정부에 세금을 더 냈다는 말이냐"며 "모든 성금이 정부로 흘러 들어간다면 우리에게는 아무 선택도 없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중국 칭화대 자시진(賈西津) 교수는 "노인들이 평생 모은 돈을 성금으로 내는 경우도 있는데, 성금을 이렇게 사용한다면 이는 자선단체가 '세금 징수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선단체는 정부에 성금을 바치기보다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직접 나눠줘야 한다"며 "성금을 낸 사람들은 자신들이 낸 돈이 누구를 위해 쓰이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인들의 분노가 이처럼 폭발한 것은 중국 자선단체들이 성금을 너무나 불투명하게 사용한다는 의구심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지방 관료들이 빈민층에게 나눠줘야 할 구호금을 도중에서 가로채 착복하는 일 등이 끊이지 않아 자선단체들이 성금 사용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에서도 이런 논란은 벌어졌다.
중화자선총회와 함께 중국의 양대 자선단체로 꼽히는 적십자회(홍십자회)는 후베이성에 오는 모든 기부품을 배분하는 단체 중 하나로 지정됐는데, 이후 '엉터리 배분'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는 병원에서 필요한 N95 마스크 1만6천 개가 어느 성형외과 병원에 엉뚱하게 지급됐지만, 한 코로나19 지정 병원은 겨우 3천개의 마스크를 지급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결국, 장친(張欽) 후베이성 적십자회 부회장은 기부 물품 접수와 분배에서 규정 위반 등으로 해임됐다.
중국의 성금 사용이 여론의 가장 큰 질타를 받은 것은 '눈송이 소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겨울옷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얇은 옷차림을 한 채 머리와 눈썹이 온통 눈으로 뒤덮여 서리까지 맺힌 윈난성의 8살 소년 왕푸만의 사진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초등학교에서 4.5km 떨어진 마을에 사는 그는 매일 1시간 넘게 걸어서 등교하며, 영하 9도의 맹추위 속에서도 목도리나 장갑을 착용하지 않은 채 걸어서 다니다가 이런 모습이 됐다고 한다.
이에 중국 전역에서는 온정의 손길이 쇄도했고, 수일 만에 모인 성금의 액수는 30만 위안(약 5천만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 소년의 가족이 받은 성금은 고작 8천 위안(약 140만원)에 불과했다. "하룻밤 새에 부자가 되는 것은 어린이에게 좋지 않다"는 것이 현지 당국이 밝힌 이유였다.
현지 당국은 왕푸민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학생 81명에게 각각 500위안(약 8만원)의 지원금을 전달하는 등 모인 성금을 모두 불우 어린이를 돕기 위해 쓸 것이라고 밝혔지만, 중국인들은 거세게 분노했다.
당시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당국을 어떻게 믿나. 당국이 제대로 일했으면 이러한 불우 어린이는 나오지도 않았다", "단계마다 착복하고 나면 남는 돈은 별로 없을 것이다" 등의 글이 쏟아졌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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