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많은 시간 보내며 가족가치 확인
인터넷·영상통화 가능한 스마트폰과 위챗 등 SNS 큰 도움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인구 이동을 제한함에 따라 수백만명의 노동자들이 재택근무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장 손실을 줄이기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통해서라도 회사 운영을 재개하려는 업계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으려는 중국 정부가 찾은 공감대인 재택근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과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14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런 재택근무는 집 안에 갇혀 있어 갑갑하고 대규모 제조업체들의 공장 노동자들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지만, 관리직이나 영업직의 경우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염병 감염을 예방함과 동시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스마트폰과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 이메일 등 정보기술(IT) 덕에 업무 수행에도 별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발원지 우한(武漢) 근처의 조그만 도시로 삼국지 적벽대전의 주 무대인 츠비(赤壁) 시의 마이클 슝은 스위스의 가정용 공기정화기 아이큐에어(IQAir)의 영업사원인데, 요즘 정부의 방침에 따라 재택근무를 하면서 고객과 통화를 할 때 중요한 손님의 방문을 받곤 한다.
슝은 아침 식사 후 3살과 10개월짜리 두 아들을 함께 사는 부모님께 맡기고 자신의 방에서 업무를 보는데 3살짜리 아들이 방문을 두드리며 찾아와 자신을 향해 두 팔을 벌리며 안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슝은 "말없이 아들을 안아준 후 문을 열고 나중에 같이 있겠다며 돌려보내는데, 아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들과 직접 면대면 접촉을 하지 못하는 점은 아쉽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격리가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고 위챗을 통해 유치원에서 아이들의 수업 내용과 숙제를 받아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목욕하고 자느라 바빴는데 이제는 매일 같이 시간을 보내며 아이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아이들도 나를 더 많이 의지한다"며 흐뭇해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며 공기정화기 판매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 업체 폴크스바겐의 중국 본사 직원 3천500명도 집에서 스마트폰, 이메일 등을 이용해 고객, 동업자들과 접촉하고 있다.
3년 전 인도에서 중국 폴크스바겐으로 옮겨온 27년 영업 베테랑 마이클 메이어는 "중국이 재택근무를 하기에 세계에서 가장 좋은 여건을 가진 나라"라고 평가했다.
메이어는 "유럽에서 이런 재택근무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인들은 디지털 기기 사용에 더 개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매일 3명의 10대 자녀와 아침 식사 후 아파트 안의 뒤쪽 방으로 가서 동료들과 전화나 영상통화 등을 하며 업무를 보고 점심 식사 때 다시 아이들과 만난다.
그는 "지금 우리 가족 모두가 집에 있는데 나쁘지 않다. 실제로는 매우 재미있고 즐겁다"고 밝혔다.
베이징에서 여성들을 위한 행사를 준비해주는 회사 쉬톡스(SheTalks)를 운영하는 매기 장 대표는 춘제(春節·설) 연휴 고향인 간쑤(甘肅)성 장예(張夜)시에 왔다가 발이 묶여 부모님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장 대표는 당분간 행사를 진행하지 못하지만 코로나19 종식 이후를 대비해 고객들과 연락하며 행사 물품들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전화나 온라인을 통해 고객들과 연락한다"면서 "내가 일할 때면 부모님들은 항상 조용하게 계시고 나를 방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들과 통화할 때 러닝머신을 타는데 "운동을 할 때 머리 회전이 더 빨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카오 태생으로 중국 남부의 광저우(廣州)시에서 사업을 하는 레이 청은 요즘 매일 7살 딸과 5살 아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지 계획을 짜면서 하루를 시작하며, 직원, 고객들과 연락은 그다음이라고 소개했다.
마이크 베어든 아이큐에어의 중국 영업 담당은 "중국 생활 10년 중 가장 긴 재택근무"라면서 "나의 운동은 고객과 통화하며 아파트 안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회사인 IHS마킷의 로저 디완은 "정상적인 생활로의 복귀는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노동자는 인터넷과 메시지 송수신, 영상통화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과 텐센트가 운영하는 인기 사회관계 서비스망(SNS) 위챗 덕에 재택근무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dae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