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1∼2심 공판 기한 4년 이내로 제한' 등 담은 개혁안 승인
연정 3당 중 '이탈리아 비바' 나홀로 반발…"연정 탈퇴" 위협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작년 9월 출범 이후 바람 잘 날 없는 이탈리아 연립정부 파트너들이 이번에는 사법제도 이슈를 둘러싸고 충돌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연정은 13일 내각회의를 열고 알폰소 보나페데 법무장관의 사법개혁안을 승인했다.
개혁안에는 형사 범죄 피고인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받으면 공소시효를 정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항소심까지의 공판 기한을 최대 4년 이내로 제한했다.
이는 이탈리아의 고질적인 병폐인 공판 지연으로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을 피해 가는 사례를 막으려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도 형사재판이 더디기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능력 있는 변호사를 고용해 어떻게든 재판을 지연시키고 공소시효를 넘기는 게 범죄자들의 지상 목표가 됐다.
이런 경우가 2018년에만 12만건이 있었다고 한다. 현지 정계의 '추문제조기'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도 공소시효를 악용해 10번 이상 법망을 피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법제도 개혁은 이탈리아 정치권의 오랜 숙제였는데 이번 연정이 여기에 메스를 들이댄 것이다.
문제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과 함께 연정의 세 바퀴를 구성하는 중도 정당 '이탈리아 비바'(IV)가 보나페데 개혁안에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IV는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연정 출범 직후 일부 동료 상·하원의원들과 함께 민주당을 탈당한 뒤 중도를 표방하며 창당한 당이다.
애초 보나페데 장관이 제안한 개혁안 원안은 1심 판결과 동시에 공소시효를 정지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IV가 공소시효 정지로 오히려 재판이 무한정 늘어질 수 있다고 반대해 연정을 이끄는 주세페 콘테 총리의 중재로 내각회의에서 승인된 절충안을 내놨으나 IV는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IV 소속 테레사 벨라노바 농업장관과 엘레나 보네티 여성가족장관은 이번 내각회의를 보이콧했다.
IV를 이끄는 렌치 전 총리도 "우리가 연정에서 나오면 과반이 무너지고 연정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IV는 보나페데 장관 불신임안 상정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콘테 총리는 연정 파트너들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나 홀로 반기'를 든 IV에 불만을 감추지 못한다.
콘테 총리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IV는 진정 본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다만 정계 안팎에서는 이번 갈등이 연정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탈리아 정치 불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금융시장도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 우니크레디트는 14일 관련 보고서를 통해 "이론적으론 연정 내 갈등으로 연정이 붕괴할 가능성이 있지만 거기까지 가지 않고 결국은 접점을 찾아 긴장이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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