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한달] '인민전쟁' 중국, 봉쇄 또 봉쇄…'지구촌 비상'

입력 2020-02-16 08:05  

[코로나19 한달] '인민전쟁' 중국, 봉쇄 또 봉쇄…'지구촌 비상'
'봉쇄식 관리' 이어 주민 이동 전면 차단 '전시통제' 속속 등장
불신 확산에 시진핑 체제 흔들…지도부, 총력전 속 민심 달래기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나온 지 한 달을 맞았지만, 발원지인 중국은 첫 발병 이후 두 달 넘게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국 본토의 누적 확진자는 6만6천명을 넘어섰고 1천500명 이상 숨졌다. 이는 2002년 11월부터 2003년 8월까지 중국을 공포의 도가니에 빠지게 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피해(확진 5천327여명, 사망 349명)를 수배나 뛰어넘는 수준이다.
중국 보건당국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5일 0시 기준 임상 진단 병례를 포함한 중국 전역의 누적 확진자는 6만6천492명이고 사망자는 1천52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초비상이 걸린 중국은 진원지인 우한(武漢)과 후베이(湖北)성을 비롯해 곳곳의 도시에서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대폭 제한하는 '봉쇄식 관리'에 들어가는 등 앞다퉈 고강도 통제 조치를 도입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코로나19와의 인민전쟁'을 선언한 가운데 중국은 국가 자원을 대거 투입해 확산 방지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 외출 차단에 외식 금지령까지…'전시 통제'도 속출
우한이 춘제(春節·중국의 설) 직전인 지난달 23일 외부와 통하는 길을 차단해 도시 봉쇄에 들어간 뒤 인근 도시들도 잇따라 비슷한 조치를 도입했다. 약 6천만명의 후베이 주민이 고립된 상태다.
주민들의 이동을 차단하는 초강력 조치를 도입하는 도시도 속속 나오고 있다.
우한의 이웃 도시인 후베이성 황강(黃岡)시와 샤오간(孝感)시는 최근 모든 주택단지를 2주간 전면 폐쇄했다. 의료진이나 기본 민생 분야 종사자가 아니면 단지를 출입할 수 없다.
이들 도시는 필수 차량을 제외한 자동차 통행도 금지했다.
심지어 '전시 통제'에 들어간 도시들도 생겼다.
후베이성 스옌(十堰)시는 장완(張灣)구 전역에서 전시통제를 선언하고 모든 주택단지 건물을 14일간 전면 폐쇄 조치했다. 주민들이 아파트 단지 바깥 외출은 물론 건물 밖으로도 나갈 수 없게 한 것이다.
샤오간시 다우(大悟)현과 윈멍(雲夢)현까지 가세해 전시통제에 들어간 지역은 3곳으로 늘어났다.
이밖에 베이징과 상하이 등 많은 지역은 거주 단지에서 외부인 진입을 막고 출입자의 체온을 측정하는 등 봉쇄식 관리를 하고 있다. 생필품을 사기 위한 가구당 외출 횟수를 며칠에 한 번으로 제한하는 지역도 있다.
광둥(廣東)성의 광저우(廣州)는 외식 금지령을 내렸다. 식당과 카페 등 요식업체의 포장이나 배달 서비스만 할 수 있다.
중국의 많은 기업이 춘제 연휴를 열흘간 연장했다가 지난 10일 업무를 재개했으나 각급 학교의 개학은 3월 이후로 재차 늦춰진 곳이 많다.


◇ 후베이에 의료진 2만5천명 투입…각지 응급병원 건설
중국은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성에서 코로나19 확산세를 늦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의료진과 병상, 물품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우한시는 열흘 만에 훠선산(火神山) 병원과 레이선산(雷神山) 병원을 건설해 환자를 격리 치료하고 있다. 이들 병원 2곳의 병상 규모는 2천600개다.
이는 베이징시가 사스가 확산하던 2003년 4월 샤오탕산(小湯山)에 1천개 병상을 갖춘 병원을 일주일 만에 세운 '초고속 대응'을 다시 보여준 것이다. 쏟아지는 환자를 수용하기 위한 의료시설 확충이 그만큼 절박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우한에 이어 전국 각지에 샤오탕산식 응급 병원이 들어서고 있다.
우한시는 자택에서 격리하던 경증 환자를 집중 격리 치료하기 위해 컨벤션센터와 체육관, 대학 캠퍼스 등을 개조해 9개의 야전병원을 열었다. 이들 병원은 모두 7천개의 병상을 갖췄다.
우한 등 후베이성으로 전국의 의료진이 속속 투입되고 있는데 그 수는 이미 2만5천명을 넘었다. 일선에 투입되는 군 의료진의 수도 늘고 있다.
중국의 의료진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우한을 중심으로 중국 전역에서 1천700명 넘는 의료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6명이 숨졌다.



◇ 불신 확산에 시진핑 체제 흔들…'성난 민심 다독이기'
코로나19는 지난해 12월 30일 우한 의사 리원량(李文亮)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새로운 전염병의 출현을 처음으로 경고하고도 괴담 유포자로 몰려 경찰에 불려가 처벌받은 그가 지난 7일 코로나19로 사망하자 민심은 들끓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대응 실패와 정보 은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발생한 리원량의 사망은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중국몽' 실현에 매진하던 '절대 권력' 시진핑 체제까지도 흔들거리게 하고 있다.
리원량의 죽음 이후 중국 지식인 수백 명은 중국 의회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리원량 사망일을 언론자유의 날로 지정할 것',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것' 등 5대 요구수용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서에 서명했다.
성난 민심에 위기감을 느낀 중국 지도부는 지난 13일 후베이성과 우한시의 당 서기를 동시에 전격 경질했다. 발생 초기 신속한 대응에 나서지 못해 사태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는 최고 책임자를 문책하고 그 자리에 시 주석의 측근을 투입했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전면에 세우고 뒷전에 있던 시 주석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 속에 발병 후 2개월 만에야 베이징의 방역 관련 현장을 방문하며 흉흉한 민심을 다독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 세계 각국으로 확산…중국 밖 환자 500명 넘어
코로나19가 세계 각국으로 빠르게 퍼지자 지구촌에 방역 비상이 걸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중국 본토 밖의 코로나19 환자는 이미 500명이 넘는다.
중국 본토 이외의 사망자는 홍콩과 필리핀, 일본에서 각각 1명이 나왔다.
중국에서는 후베이성 이외 지역에서는 11일간 신규 확진자가 감소하는 등 정점에 도달하고 있다는 일각의 분석이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아직 확산 단계다.
프랑스에서는 유럽에서 처음으로 사망자가 나왔다. 중국 본토 외에 홍콩과 필리핀, 일본 등에 이어 네 곳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다.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환자가 있는 곳은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선에서 대량으로 환자가 발생한 일본이다. 이 배에는 3천400여명이 타고 있는데 285명이나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확진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텅쉰(騰迅·텐센트)의 15일 오후 11시 현재 집계에 따르면 해외 누적 확진자는 600여명이다. 330명을 넘어선 일본을 비롯해 싱가포르(67명), 태국(34명), 한국(28명) 등 순으로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다.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커진 영향력만큼이나 코로나19의 파장도 넓게 퍼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은 중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하는 등 경계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각종 국제행사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취소됐으며, 포뮬러1(F1) 중국 그랑프리 대회도 무기한 연기됐다.
중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세계 경제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y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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