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역공' 우려 속 일부 간부 '안심하라' 메시지…NYT "그 자체가 걱정거리"
바 장관 '트럼프 트윗 그만' 발언에 "존경" vs. "진정성 의문" 분분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 사이의 '신경전'에 미 법무부가 어수선한 분위기다.
뉴욕타임스는 16일(현지시간) 검찰 수사를 받는 측근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편들기에 대한 바 장관의 반응과 관련, 법무부 일부 검사들이 '역공'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로 기소된 옛 참모 로저 스톤 재판에서 검찰이 최고 9년의 징역을 구형하자 트윗으로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곧바로 법무부가 구형량 완화를 시도하자 담당 검사 4명 전원이 사임하며 반기를 들었다.
그러자 바 장관은 지난 13일 ABC방송에 출연, "(대통령이) 법무부 수사에 대해 트윗을 그만둘 때가 됐다"며 트윗 때문에 일을 못 할 지경이라고 작심 발언을 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지지 않고 또다시 트위터에서 "대통령으로서 내게 그렇게 할 법적 권한이 있다"고 맞받았다.
상황이 꼬이며 법무부가 어수선하자 일부 간부들은 산하 검사들에게 '당신이 하는 일이 자랑스럽다', '옳은 이유로 옳은 일을 하는 것을 계속하라' 등의 안심과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안심할 필요가 있다'고 다독이는 것 자체가 걱정거리가 되는 것 같다고 NYT는 분석했다.
바 장관의 TV 출연도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법무부의 자유가 위험에 닥쳤다는 신호이며, 트럼프 대통령 주변인들이 범죄나 윤리적 추문에 휘말려 있기에 그 사건들에 대한 어떤 법적 조치도 정치적인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이런 우려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일부 비평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내부고발자'를 의회에 출석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바 장관의 조언이 기각에 도움을 줬다는 점 등이 법무부에 대한 백악관의 공격적인 요구를 점점 더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법무부 내부 바 장관 지지자들은 장관이 그의 정치적 자산을 법무부와 국가안보 이익을 위해 희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기대를 감당해낼 수 있을지 걱정하는 우려도 상존해 있다.
바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그런 기대치를 낮추려고 대통령의 특정 사건에 대한 공개발언이 법무부 업무를 훼손하고 있다고 직접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분히 인식되지 않자 대통령의 시선을 끄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방송 출연을 했다고 NYT는 설명했다.
바 장관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기'와 관련해 법무부 내 일부는 정치적 동기와 개인적 범죄 사이의 '레드라인'을 허물려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조직을 방어하고 경계선을 치려는 행위라고 안도를 표현했다.
한 관계자는 "선고 판결에 대해 정말 속상했지만, 그가 트럼프에게 '입을 다물라'고 한 것은 정말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반대로 바 장관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 역시 있다. 다른 관계자는 "이전에도 트럼프가 법무부를 공격한 적 있지만, 바 장관은 법무부가 아니라 자신의 신뢰도가 위기에 처했다고 느낄 때만 목소리를 높였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바 장관이 자신의 진실성을 보여주는 최선의 방법은 사임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바 장관은 더 많은 검사들의 사임을 우려한 듯 "더는 (검사들의) 사임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집중 공격을 받았던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과 달리, '정치적 완충제'가 부족한 법무부 검사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은 무게감이 다르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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