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선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의 연구소가 자신들의 활동 내역을 공개하며 중국 안팎에서 제기된 의혹을 일축했다.
20일 중국과학원 우한(武漢) 바이러스 연구소 홈페이지에 따르면 연구소는 전날 지도부 명의로 발표한 '전 직원·연구원에게 보내는 서한' 형식의 글을 이런 입장을
표명했다.
우한연구소는 에볼라 바이러스 등 치명적인 병균을 연구할 수 있는 중국 내 유일한 생물안전 4급(P4) 실험실로,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지목된 우한 화난(華南) 수산시장과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연구소는 "코로나19가 인공적으로 합성됐다, 바이러스가 P4 연구실에서 유출됐다, 인민해방군이 P4를 접수해 관리한다, 모 연구원이 바이러스 유출로 죽었다, 모 연구원이 (유출로 생긴) '0호 환자'다, 모 연구원이 (실험동물을 시장에 팔아넘긴 혐의로) 연구소 간부를 신고했다"는 등의 내용을 거론하며 '유언비어'라고 규정했다.
연구소 측은 이러한 유언비어가 연구원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코로나19 관련 응급 연구활동에도 지장을 주고 있다며 고충을 호소했다.
서한은 "코로나19 발생 후 과학연구의 난관을 돌파하는 데 총력을 다했다. 자발적으로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를 포기했고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했다"면서 "1분 1초를 다투며 밤낮없이, 질병과의 전쟁 최일선에서 싸웠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구체적으로 "(질병 확산 이후인) 지난해 12월 30일 저녁, 코로나19 지정 의료시설인 진인탄(金銀潭)병원이 보내온 원인 불명 폐렴의 샘플을 받아 밤을 지새우며 72시간 연속 연구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1월 2일 코로나19의 전체 게놈(genome·유전체) 서열을 밝혀냈다"면서 1월 5일 균주를 분리해 9일 중국 바이러스 데이터뱅크에 넣었고, 11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바이러스 서열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또 그와 동시에 병원체 평가·검측, 바이러스 근원 연구, 치료약 및 백신 연구개발 등에서 수많은 작업을 해 진전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또 코로나19 진단에 참여해 1월 26일부터 총 4천개 정도의 의심환자 샘플을 검사했고, 피해가 심한 인근 황강(黃岡)의 진단작업에도 지원 인력을 파견했다면서 "지난 1달여간 고생한 것을 돌아보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 부끄러운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연구소 소속 스정리(石正麗) 연구원은 이달 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연구실 유출설'에 대해 "내 목숨을 걸고 실험실과 무관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연구소측은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사람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었다.
8개국 출신 과학자 27명도 18일(현지시간) 의학 전문지 '랜싯'(Lancet)에 코로나19 관련 각종 음모론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듀크-NUS 의대의 린파왕 등은 랜싯에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이 지난해 12월 26일 이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관련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초기적인 염기서열 데이터를 확인했다고 주장하면서 중국 당국의 늑장 정보공개를 비판하기도 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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