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당국이 면허가 급등 조장…"아메리칸드림의 통로가 택시기사 절망에 빠뜨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 뉴욕주 검찰이 뉴욕시에 택시 면허 가격을 부풀려 판매했다며 택시 운전자들에게 8억1천만달러(한화 약 9천758억원)를 배상하라고 명령했다고 AFP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 검찰총장은 자체 수사 결과, 2004~2007년 뉴욕시 택시 면허(medallion) 수천개가 경매에서 인위적으로 부풀린 가격에 거래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명령했다.
검찰총장실은 뉴욕시 택시리무진위원회(TLC)가 2011년 택시 면허 가격이 실제 가치를 넘어선 사실을 알면서도 "거짓되고 현혹하는 가격으로 발표해" 면허 경매가가 2004년 28만3천300달러(3억4천만원)에서 2014년 96만5천달러(11억6천만원)까지 급등했다고 밝혔다.
또 뉴욕시가 상위권 업체 및 브로커들이 가격을 공모하도록 허용했으며 TLC는 택시 운전자들이 이 면허를 대출 담보로 이용하도록 권장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부풀린 가격에 면허를 사들인 택시 기사들은 그러나 택시 운영 수입만으로는 이 대출을 갚을 수도 없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제임스 총장은 "택시 면허는 마치 '아메리칸 드림'으로 가는 통로처럼 광고됐지만, TLC의 불법 행위로 면허는 정작 소유주들을 절망에 빠뜨리는 함정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장의 공정한 관행을 보장해야 할 바로 그 당국이 수백명의 면허 소유주를 사취하는 계획에 연루돼 있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이 너무 비싼 값이 매겨진 면허 비용을 부담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해야 했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실은 배상액 8천1천만달러는 뉴욕시가 면허 판매 및 재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에 상응하는 액수로, 30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으면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에서는 한때 택시 산업이 번성해 노란 택시가 도시의 상징처럼 여겨졌으나 우버나 리프트 같은 승차 공유 서비스가 세를 넓히면서 택시업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16년 이래 950명 이상의 택시 기사들이 개인 파산을 신청했다. 또한 채무를 감당 못 하고 자살한 택시 기사도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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