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때 디지털세 과세대상에서 소비재 제조기업 범위 최소화해야"
(세종=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디지털세 도입의 국제적 합의를 추진 중인 가운데, 정부가 합의에 실패할 경우에 대해서도 동시에 대응책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디지털세는 미국의 글로벌 IT(정보기술) 대기업인 구글, 페이스북 등과 같이 물리적 고정사업장이 없이 국경을 초월해 사업하는 디지털 기업에 물리는 세금을 통칭하는 용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1일 'OECD 디지털세 기본합의안의 주요 내용과 전망' 보고서에서 "OECD가 디지털세 합의에 실패할 경우 각국이 독자적인 디지털세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는 두 가지 가능성에 대해 동시에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경제에 따른 새로운 조세제도 도입을 둘러싼 국내 조세체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합의 도출 실패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조세제도 개혁 논의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IEP은 현재 진행 중인 OECD 디지털세 협상과 관련, "협의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이해관계가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정부가 작업반 회의를 통해 세수 확보, 기업의 조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OECD 디지털세 기본 합의안은 디지털 기업 이외에 소비재 제조기업도 과세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현대차[005380] 등 국내 기업이 디지털세 적용 대상이 될 수 있게 됐다.
KIEP은 "디지털세 과세대상 업종에서 소비재 제조기업의 범위를 최소화하거나 면제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다른 국가들과 공동으로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OECD는 올해 말까지 디지털세 최종안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지만, 디지털세 기본 합의안에 여러 쟁점이 남아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우선 디지털세 부과로 인해 다국적기업의 추가 세 부담 중 상당 부분이 소비자와 중소기업에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KIEP은 "프랑스의 디지털세 도입 당시 딜로이트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디지털 기업은 디지털세의 4%를 부담하는 대신, 소비자와 중소기업을 포함한 소매상이 각각 57%와 39%를 부담하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고 밝혔다.
또 "프랑스 디지털세 도입이 결정된 후 미국의 주요 IT 기업들이 늘어나는 세수 부담을 수수료 인상으로 대응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통적인 기업에 대한 법인세 부과와 달리 '이익'이 아닌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세하기로 하면서 일반적인 과세 원칙과 불일치하는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이 경우 일부 기업은 순이익을 창출하지 않더라도 과세 대상이 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KIEP은 "디지털세 과세 기준을 기업 규모로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공정과세 차원에서 전통적 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유발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 초과이익 및 고정이익 산출 방식에 대한 불만 ▲ 글로벌 최저한세율의 기준에 대한 의견 불일치 등도 남은 쟁점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한편, OECD는 오는 7월에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IF 회의에서 디지털세 과세율, 과세기준과 같은 구체적인 과세안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KIEP은 OECD 디지털세 도입이 합의되더라도 실제 부과까지는 국내법 및 조약 개정 등 일정을 고려할 때 2~3년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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