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몰도 여행상품 등 매출 줄어…'계절 마케팅' 실종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유통업계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가장 직격탄을 맞은 곳은 면세점 업계다.
면세점들은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사실상 끊긴 상태에서 가장 큰 수입원이었던 중국 보따리상들마저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이후 상당수가 돌아오지 않으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절반 정도 보따리상들이 줄어든 것 같다"면서 "이에 따라 매출도 절반 정도 감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면세점들은 또 직원 중에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확진자가 매장에 다녀가지 않았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확진자 방문 사실 등이 확인되면 휴점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 매출 손실이 수백억대에 이른다.
롯데면세점 명동점은 앞서 이달 같은 건물을 쓰는 롯데백화점 본점이 확진자 방문으로 문을 닫으면서 이틀 반나절을 함께 휴점했다. 롯데면세점의 하루 평균 매출이 평소 200억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산술적으로 500억원대 매출이 사라진 셈이다.
신라면세점 서울점과 제주점, 롯데백화점 제주점도 이달 초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이 확인되며 수일간 문을 닫았던 점을 고려하면 면세업계 전체의 피해 규모는 최소 1천억원대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면세점은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이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중국 내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타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 더 깊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이 기피되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매장들도 매출도 줄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2월 초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이 확인되며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 내내 문을 닫아 최소 100억원 이상 매출 손실을 봤다. 방역 작업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연 이후에도 매장에는 고객 발걸음이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이달 10일 집중 방역을 위해 이례적으로 휴점을 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2월 첫 주말 매출은 지난해 설 연휴 직후 첫 주말과 비교해 11% 줄었고 신세계백화점은 12.6%, 현대백화점은 8.5% 줄었다.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하던 두 번째 주말 매출은 다소 매출 감소 폭이 둔화하면서 회복의 기미가 보이는 듯했지만, 19일을 기점으로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았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사실상 올해 1분기 매출은 통째로 날아간 셈이나 다름없다"면서 "방역을 철저히 하는 것 외에는 딱히 대책도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온라인몰은 대면 접촉을 하지 않는 이른바 '언택트'(untact) 경향이 강해지며 생필품 등을 중심으로 주문이 몰리고 있다.
쿠팡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한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배송해주는 '로켓배송' 이용자가 폭주하면서 배송 지연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온라인몰 역시 마스크와 위생용품, 생필품 등 판매는 늘었지만 반대로 여행상품 등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분야의 매출이 줄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온라인쇼핑몰 관계자는 "온라인에서도 유통업계의 가장 큰 마케팅 포인트인 '계절 마케팅'이 실종된 상태라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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