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케 도쿄도 지사 "선거 쟁점화는 부적절" 비난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올 7~9월 예정된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앞두고 전염성이 강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일본에서 확산하는 가운데 런던 시장 후보가 올림픽 개최 대체지를 언급하는 것과 관련해 일본이 발끈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올 5월 치러지는 런던 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숀 베일리 보수당 후보는 자신의 트위터 등을 통해 올해 올림픽을 개최할 곳이 새롭게 필요하게 되면 인프라와 경험이 있는 런던시가 맡을 준비가 돼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해 도쿄올림픽의 원활한 개최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황에서 알려진 베일리 후보의 주장은 일본 측을 크게 자극하고 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는 21일 기자회견에서 런던 시장 후보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올림픽 개최 대체 도시로 런던을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난했다.
고이케 지사는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끄는 상황에서 (올림픽 개최 문제를) 시장선거의 쟁점으로 삼는 발언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는 또 도쿄도와 런던시가 우호도시 관계를 맺고 있는 점을 거론하면서 "이전에 런던을 방문했을 때 사디크 칸 현 시장과 도쿄올림픽 관련 협력강화에 합의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고이케 지사는 일본에서 코로나19 감염자를 쏟아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영국 선적이라고 지적하면서 "그런 점에서도 협력과 이해를 당부하고 싶다"고 런던 시장 후보들의 말조심을 주문했다.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올림픽상도 이날 각의 후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현시점에서 (도쿄올림픽) 개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며 예정대로 도쿄올림픽이 치러질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앞으로도 확실한 대회 운영이 가능하도록 할 일을 해나갈 것"이라며 베일리 후보의 대체 개최론을 일축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각종 행사를 아예 취소하거나 개최하더라도 규모를 축소하는 쪽으로 유도하고 있지만 올림픽 관련 행사만큼은 최대한 살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것이 3월 시작되는 성화 봉송 행사다.
이와 관련, 하시모토 올림픽상은 "건강이 안 좋은 사람은 가능한 한 연도로 나오지 말고 TV 중계를 보는 등 다른 형태로 참가 의식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지역별로 찾아봤으면 한다"면서 성화봉송 행사를 간소화하는 방식으로 원래 일정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외국의 유력 매체들이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도쿄올림픽 개최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나서 일본 정부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20일 인터넷판 기사에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슬로건인 '감동으로 우리는 하나가 된다'(United by Emotion)를 빗대어 "지금 세계를 연결하는 것은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라며 도쿄올림픽이 중지되거나 개최지가 변경될 경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주는 정치적 타격이 클 것으로 분석했다.
이 잡지는 일본이 크루즈 승선자의 감염을 포함하면 세계 제2의 코로나19 감염국가라며 '바이러스가 올림픽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 의구심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코로나19에) 적절히 대응한다는 IOC의 신뢰를 받는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며 "선수나 관객들에게 안심하고 안전한 대회가 되도록 개최 준비를 착실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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