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제한 등 강경 예방 조치할까…한국 교민사회 큰 걱정
일본 NHK "인니 다녀온 60대 확진"…인니 정부 "정보 못 받아"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0명이라고 주장하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24일 자국민에게 한국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이날 "한국에 있거나 여행할 예정인 분은 주의하고, 특히 대구와 경상북도 지역은 여행하지 말라"고 권고를 내놓았다.
인도네시아 교민 사회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한국인의 입국 제한 등 강경한 예방조치에 나설까 걱정하는 상황이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한국인 입국 제한과 한-인니 항공 노선 운항 중단조치가 있는지 문의가 쏟아졌으나 현재까지 인도네시아 정부의 움직임은 없다"며 "한국의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만큼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네시아 외교부,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과 소통 채널을 열어두고 혹시라도 제한 조처가 내려진다면 사전에 통보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자카르타 노선을 주 7회 매일 운항하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관계자도 "회사 자체적으로 운항을 축소할 계획은 없지만,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관련 결정이 있을까 우려하며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해당 노선은 최근 탑승률이 50% 선으로 급감한 상태다.
교민 정모씨는 "지난 주중만 해도 인도네시아의 확진자가 진짜 0명이 맞는지 우려했는데, 한국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인도네시아 걱정할 상황이 아닌 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한국의 확진자는 833명으로 집계됐다.
재인도네시아 한국 교민사회와 주재원들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중국에 했던 것처럼 한국에 제한조치를 하면 피해가 막심하다고 큰 걱정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달 5일부터 14일 이내 중국 본토 방문자의 입국을 제한하는 한편 중국인 무비자 입국·비자발급을 중단했고, 같은 날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중국 본토를 오가는 모든 여객기 운항을 중단했다.
주인도네시아 중국 대사가 기자회견을 열어 "과잉반응하지 말라. 인도네시아 투자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그대로 시행했다.
인도네시아 이민국은 23일 "지난 5일부터 전국 출입국사무소에서 총 118명의 외국인 입국을 거부했다"며 "이들은 중국 본토에서 출발하거나 환승한 지 14일이 안 지났기 때문에 입국시킬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발리섬에 있던 중국인 관광객 5천여명은 여객기 운항이 중단됨에 따라 발이 묶였다가 중국 정부가 전세기를 보내 일부 돌아가고, 나머지는 체류 기간을 연장하거나 우회 노선을 이용했다.
한국 교민·주재원들은 지금 한국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입국 제한 조처가 내려지면 인도네시아에 한동안 못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출장·방문 계획을 속속 취소 또는 연기했다.
주재원 김모씨는 "다음 주 한국 출장이 예정돼 있었는데, 본사에 연락해 취소했다"고, 교민 이모씨도 "3월 초 한국 방문 계획을 7월로 미뤘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신태용 감독도 3월에 한국을 다녀올 예정이었으나 현지 축구협회장이 만류했다고 전했다.
자카르타 시내 호텔의 한국인 매니저는 "오늘 아침 한국인 출장자들의 예약 취소 문의가 잇따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중국산 원·부자재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3월 자재 대란'을 우려하던 재인니 한국 봉제·전자 제조업체들에 이어 대기업 현지법인, 자영업자들까지 인도네시아 정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국내외에서 여러 의구심이 제기되지만, 인도네시아 내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0명이다.
다만, 싱가포르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인도네시아 여성(44)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했고,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인도네시아인 선원 78명 가운데 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처음에 4명이 양성 반응을 보였으나 이후 더 늘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5일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나머지 자국인 선원들을 전세기나 선박으로 귀환시킬지 결정한다.
일본 NHK 방송은 22일 "지난 15일부터 인도네시아를 방문했다가 19일 귀국한 60대 도쿄 거주 남성이 귀국 직후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입원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NHK 방송은 "해당 남성은 앞서 12일 감기 증세가 있어 병원에 갔으나 폐렴 진단을 받지 않아 집으로 돌아간 뒤 15일부터 가족 휴가를 위해 인도네시아에 다녀왔다. 상태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일본 정부로부터 관련 정보를 넘겨받지 못했다"며 "우리는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 인도네시아 어느 지역을 방문했는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웃 나라 브루나이는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을 고위험 감염국으로 지정하고 입국 후 자가격리를 하지는 않지만, 14일간 건강 상태를 관찰하고 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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