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서민 위한 건보·교육·주택에 지출"…"증세 지나치게 낙관적" 비판론도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이 열기를 더하는 가운데 누가 최종 대통령 후보가 되든 이미 확실한 승자는 나왔으며, 이는 바로 '부자 증세' 공약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로 민주당 주요 후보들은 일제히 수조 달러 규모의 새로운 세금을 걷는 이른바 '부자 증세'를 카드로 들고 나왔다.
이들은 부유층·기업에서 걷은 세금을 극빈층·중산층을 위한 건강보험·교육·주택 및 기후변화 같은 분야에 지출할 예정이며, 이런 부자 증세 규모는 과거 민주당 후보들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고 NYT는 설명했다.
가장 '평범한 수준'으로 분류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증세 규모가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 공약의 두 배에 달한다.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과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두 배,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부티지지의 세 배라고 신문은 전했다.
'억만장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조차도 부자와 기업에 대해 10년간 5조 달러까지 증세하겠다고 밝힌 상황으로, 이는 바이든 전 부통령보다 50%나 많다.
앞선 세 차례의 대선 경선에서 압도적인 선두로 치고 나온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경우 아직 세금 인상안에 대해 구체화하지 않은 상태다.
NYT는 "샌더스는 아직 증세안을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그의 모든 지출 야망을 충족시키려면 워런보다 더 많은 세입을 거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의료보험·고등교육·주택·기후변화 등에만 소요되는 샌더스 상원의원의 재정 계획 비용은 향후 10년간 50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미 연방정부가 향후 10년간 쓸 지출 계획 60조 달러에 육박하는 수치라고 NYT는 설명했다.
지난 대선에서 클린턴 후보의 선임보좌관을 지낸 니라 텐던은 "사람들은 부자에 대한 세금이 너무 낮다고 믿는다. 그게 (부자 증세안의) 기본신념"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지지자를 포함한 다수 유권자는 샌더스와 워런 상원의원이 제안한 이른바 '부유세'를 선호하며, 이 때문에 2017년 감세 조치를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때로는 부유층에 대한 세금인상을 약속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민주당 후보들의 계획이 법률로 제정되면 백만장자·억만장자들의 세금이 오를 것"이라며 "후보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연간소득 25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 납세자들의 세금이 늘고, 사회보장제도 확대를 위한 추가 급여세도 부과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민주당 내에서도 급진적인 샌더스 의원과 워런 의원은 부유층의 기부를 받는 대신 소액기부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이들이 과거 어떤 후보보다 부유층에 대한 강력한 증세 계획을 내놓고 있다고 일부 민주당원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통해 민주당 후보들의 계획을 충족시킬 만큼 많은 돈을 조달하는 게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부유층이 세금을 회피하기가 쉽고, 정부가 그 세금을 평가해 징수하는 게 후보자들의 추정치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그 근거다.
샌더스 의원과 워런 의원의 증세계획을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비판해왔던 경제학자이자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 교수인 나타샤 사린은 "우리는 부유층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돈을 거두는 게 가능할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모든 게 불확실한 세계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상위 부유층이 얼마나 많은 재산이 있는지 모르고 있고, 우리는 그들의 (세금납부) 회피행위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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