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인하 관측 급부상…전문가 "경제지표 악화 명백해져"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정수연 기자 =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시장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이달 중 기준금리 인하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확산하고 있다.
24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해외 출장 일정을 하루 단축해 이날 오전 귀국했다.
이 총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고자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출장 중이었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3시 한은 주요 간부들을 소집해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상향한 이후 금융·외환시장 동향 등을 챙긴다.
한은이 이날 회의 후 별도로 회의 결과를 발표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역사회 감염으로 국내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오는 27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 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시각이 늘고 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충격에 총력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도 금리 인하로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며 '연내 동결' 견해를 '2월 금리 인하'로 수정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를 논할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고 성장률 충격도 더 커질 것으로 본다"며 "경제지표도 당초 예상보다 악화할 게 너무나 명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충격에 따른) 지표를 확인하고 가겠다는 게 한은의 기존 입장이었는데, 코로나19의 영향이 이미 확인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지표 발표를 좀 더 기다겠다는 견해는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은이 이번 회의에서는 일단 동결 결정을 내린 뒤 추이를 지켜보려 할 것이란 관측도 여전히 제기된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일시적 충격은 감내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충격이 장기화할 경우 경제가 다시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이 총재가 금리 인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하게 말한 뒤 별도 입장 변화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발언을 뒤집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2월 동결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 총재는 지난 14일 거시경제금융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추가 금리 인하 필요성은 효과도 효과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있기 때문에 이를 함께 고려해서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로 확산할지, 지속기간이 얼마일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경제 영향을 예단하기에는 아직은 이르고, 지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해 신중론을 내비쳤다.
한은은 금통위 개최 전날인 26일 비공개로 동향보고회의를 열어 최근 경제 상황을 점검한다.
이 회의에서 금통위원들은 주요 한은 간부들에게 현안에 관한 자체 분석 과와 견해를 묻고 통화정책방향 결정에 참고한다.
p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