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변곡점마다 환율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입력 2020-02-25 06:10   수정 2020-02-25 08:34

코로나19 변곡점마다 환율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우한봉쇄' 전인 지난달 20일 외환시장 급등…시장 우려 '경고'
지난 3거래일간은 30원↑…"수출둔화 우려에 한발 앞서 움직인 것"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정수연 기자 = 지난달 21일 오전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8원 오른 달러당 1,159.9원으로 출발해 1원 안팎의 좁은 범위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전날 미국 뉴욕시장은 공휴일(마틴 루서 킹의 날)로 휴장했고, 특별한 경제지표 발표도 예정되지 않았다. 한 딜러는 "조용한 흐름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날 아침 외환시장은 특별한 이슈 없이 하루를 맞이했다.
오전 10시를 전후해 갑자기 평온이 깨졌다. 불과 20분 사이에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원가량 급등(원화가치 하락)한 1,166.3원으로 뛰어올랐다.
외국인을 중심으로 원화 매도 주문이 밀려드는데 환율이 왜 오르는지 시장 참가자들조차 정확히 갈피를 잡지 못했다. 위안화 환율 고시가 나오기 전이었고, 홍콩·상해증시 개장 전이었다.
시장에선 세계보건기구(WHO)가 긴급 위원회를 소집했다는 보도에 주목하며 "중국 내 바이러스 사태가 심상치 않은 것 같다"는 소식이 돌았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23일 우한시 봉쇄령을 내리기 이틀 전 외환시장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개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감염 사태 분기점마다 급등락하며 상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하루 확진자가 53명 추가로 확인돼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현실화하자 이달 20일환율은 급등으로 반응했다.
장중 한때 전날보다 12원 넘게 오르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1,200원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20일 환율은 전날보다 9.4원 오른 달러당 1,198.7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코스피가 2,195.5로 마감, 하락폭이 0.67%로 제한적이었던 것과 대비됐다.
이후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자 환율은 24일 달러당 1,220.2원까지 매일 10원 안팎으로 오르면서 3거래일간 30원 넘게 급등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24일 오전 확대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환율 일방향 쏠림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필요한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구두개입 성격의 메시지를 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외환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외환시장 수급과 직결되는 수출이 크게 둔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당분간 시장 불안이 지속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경제가 중국경제와 워낙 크게 연동돼 있다 보니 향후 교역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외환시장이 한발 먼저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업체가 달러를 적게 벌어들이는 만큼 원/달러 환율엔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환율이 하향 안정화되려면 결국 감염증 확산이 안정되고 중국 경제가 회복되는 게 지표로 나타나야 할 것"이라며 "정책당국이 유동성 공급에 얼마나 의지를 나타내느냐에 따라서도 시장 심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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