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유전자 발현으로 전이 부위 조직과 결합, 보호까지 받아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네이처 세포 생물학'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원발성 유방암의 일부 세포 무리는 혈액이나 림프계를 타고 폐, 간, 뇌, 뼈 등 다른 부위로 퍼진다.
유방암 세포가 폐로 전이한 뒤 2차 암으로 재발하는 데는 보통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영국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폐로 전이한 유방암 세포는, 건강한 폐 세포의 도움을 받아 동면 상태로 잠복해 있다가 2차 암으로 재발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생쥐 실험에서 전이 세포의 동면과 생존에 관여하는 유전자도 찾아냈다.
이 발견은 향후 암세포가 다른 부위로 옮겨가 2차 암으로 재발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식으로 재발하는 암은 유방암 외에도 여럿 있다.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의 에릭 사하이 박사팀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네이처 세포 생물학(Nature Cell Biology)'에 발표했다. 사하이 박사는 이 연구소 '종양 세포 생물학 랩(실험실)'의 연구 그룹 리더다.
24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유방에서 떨어져 나온 암세포가 폐에 도착하면 폐 세포는 즉각 정착을 유도하는 신호를 보낸다.
이 신호를 받은 유방암 세포는, 모양이 변하면서 폐 조직과 결합해 돌출부위로 자라고, 건강한 폐 세포는 이 상태에서 유방암 세포를 보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이한 유방암 세포가 폐 조직의 돌출부위로 성장하는 걸 약물로 방해하면, 2차 종양의 형성이 대조군보다 억제됐다.
연구팀은 또한 유방암 세포의 동면 상태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들을 분석해, 돌출부위 형성과 폐 조직에서의 생존을 제어하는 핵심 유전자(sFRP2)를 찾아냈다.
논문의 공동 제1 저자인 사하이 박사는 "동면 상태의 암세포는 다년간 다른 신체 부위의 일부분으로 생존할 수 있다"라면서 "폐 세포가 어떻게 전이한 유방암 세포를 돕는지 규명함으로써 새로운 치료 표적을 열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소 과학자들은 전이한 암세포와 전이 부위의 건강한 세포 간의 상관관계를 계속 연구하고 있다. 특히 대장암과 흑색종 세포가 간(liver)에 2차 종양을 형성할 때 어떤 메커니즘이 작용하는지가 이들의 주요 관심사다.
한편 영국에서는 매년 유방암 진단을 받는 환자가 약 5만5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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