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야생동물 산업 규모 90조원…中당국, 최근까지 소득원으로 되레 권장"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중국의 거대한 야생동물 거래 실태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의 원인으로 지목된 야생동물 거래를 금지하면서 현재까지 2만여곳에 이르는 야생동물 농장이 폐쇄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만 해도 중국 당국은 농가소득에 도움이 된다며 지방 주민들에게 야생동물 농장 운영을 장려했다.
심지어 중국의 국가임업초원국은 코로나19 발병 수주 전까지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의 중간 숙주로 지목된 사향고양이 사육도 권장했다.
그 결과, 사향고양이는 무론 공작, 호저, 타조, 기러기 등의 야생동물을 전문적으로 기르는 농장이 전국적으로 2만여개에 달한다.
2017년 중국공정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야생동물 관련 산업의 규모는 5천200억 위안(한화 약 89조7천억원)에 이른다.
국제 동물보호단체 와일드에이드 중국지부의 스티브 블레이크 지부장은 "이 정도 규모로 번식시키면 인간의 건강은 물론 야생동물 개체 수에도 영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당국이 이처럼 야생동물 사육을 권장한 것은 이 산업이 에코 관광 등을 촉진하며 지역 개발을 가져오고 빈곤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한 공영방송에서 2001년부터 '부자가 되는 비법'이라는 제목의 방송을 하면서 뱀, 두꺼비, 호저, 다람쥐 등의 사육을 소개한 것도 야생동물 사육 유행을 부추겼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우한의 화난 수산물도매시장에서 팔린 야생동물에서 시작됐다는 추정이 나온 뒤로 상황은 급변했다.
당국은 지난 1월 말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야생동물 거래를 임시 중지시켰으며 이달 초부터는 야생동물 사육시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단속에 들어갔다.
급기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24일 열린 회의에서 야생동물 거래와 식용을 금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으며 야생동물 보호법을 손질하고 전통 의약품이나 식용을 금지하는 규제안 정비도 추진 중이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중의학으로 유명한 지린성에서 4천600여개의 농장이 문을 닫는 등 전국적으로 최소 1만9천여개의 야생동물 사육농장이 폐쇄됐다.
이런 농장에서 기르는 야생동물의 종류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으나 지역 언론의 보도 등을 종합해볼 때 메추라기, 타조, 꿩, 칠면조부터 여우, 멧돼지, 꽃사슴, 비둘기, 공작, 뿔닭, 야생거위, 청둥오리 등 다양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육농장이 문을 닫으면서 그동안 기르던 야생동물이 어떻게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와일드에이드의 블레이크 지부장은 농장들이 보상 문제로 살처분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후난성에 거주하는 한 공작 사육농장주는 지난달 24일부터 동물의 판매 및 이송이 모두 금지됐다며 이로 인한 손실에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했다.
이 농장주는 "농장 폐쇄로 40만~50만 위안의 판매 손실이 발생했는데 공작 사육 금지 조치까지 내려지면 최소 100만 위안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야생동물은 약재용 외에 온라인 등을 통해 식용으로 팔린다.
중국 동물 보호 전문가인 데보라 카오 호주 그리피스 대학 교수는 "식용 동물은 식용으로 적합한지 점검을 받아야 하나 이런 판매상들이 그러한 규제를 따랐을 것 같지 않다"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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