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북3성, 한국 입국자 2~3주 격리…'봉인' 표시도

입력 2020-02-26 15:50  

중국 동북3성, 한국 입국자 2~3주 격리…'봉인' 표시도
단체버스로 목적지까지 수송…"차별 아닌 철저한 조치"
장쑤성 옌청 "한국 기업이 방호용품 지원…방역 차별없다"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중국 동북 3성 곳곳에서 한국발 항공편으로 들어온 승객들에 대해 검역·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지린성 창춘(長春) 한인상회 손성국 부회장은 2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23일까지는 한국에서 온 사람들에 대해 자가격리하도록 조치했다. 이후에는 공항에서 단체버스를 통해 지정호텔이나 거주지 등으로 이동해 격리관찰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병세가 심각한 헤이룽장성 하얼빈(哈爾濱)이나 한국에서 들어온 사람의 격리 기간은 일반적인 2주보다도 긴 3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창춘의 경우 거주지 별로 취해지는 조치가 다른데, 일부에서는 이달 중순 한국에서 온 입국객에게 자가격리를 지시하면서 집 앞에 '봉인' 표시를 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손 부회장은 "한인회와 지린성과는 우호적인 관계이며, 한국인들이 차별받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철저하게 조치하는 것은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대처가 잘못될 경우 지방 관리들이 문책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지방 별로 엄격한 조치가 취해지는 경향도 있다는 것이다.
지린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중심도시인 옌지(延吉)에서는 한국발 항공편 승객은 전용 통로로 나오도록 해, 중국 국내 항공편 승객들과 물리적 거리를 확보하도록 한 바 있다.
옌지는 또 기존 입국 심사대에서 하던 체온 검사를 방역직원이 비행기에 탑승해 실시하고, 승객의 개별 이동을 막고 단체로 목적지로 이동한 뒤 14일간 자택 등에서 격리하도록 했다.
투먼(圖們), 훈춘(琿春) 등 옌볜 내 다른 도시들도 옌지 등을 통해 들어온 외국 입국객에 대해 유사한 격리조치를 지시했고, 지린성 퉁화(通化)도 질병 상황이 심각한 외국에서 온 경우 격리기간을 21일로 늘리도록 했다.

헤이룽장성 성도 하얼빈(哈爾濱)에서는 한국에서 도착한 승객들에 대해 공항에서 두차례 건강 이상 여부를 검사한 뒤, 지정된 버스를 타고 목적지로 이동해 14일간 자가격리하도록 하고 있다.
하얼빈 한인회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자가격리 대상자가 있다는 등의 정보를 공지하고 있다"면서 다만 "14일 자가격리는 국적을 불문하고 하얼빈에 오는 모든 외지인에게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랴오닝성 선양(瀋陽)은 한국발 항공편을 대상으로 탑승객 전원을 단체로 지정의료기관으로 이송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있으며, 문제가 없을 경우 자택에서 2주간 격리하도록 하고 있다.
선양 내 일부 지역은 25일 입국객에 대해 지정 호텔에서 격리하도록 했다가 다음날 귀가하도록 결정했다.
호텔에 격리됐던 한 선양 교민은 "30명 가운데 한국인은 1명이었다. 불편한 점은 없었고, 연고지가 모두 확인되는 등 조치가 끝나 나가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역은 숙박비용의 절반을 이용객이 자부담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랴오닝성 다롄(大連)도 기내에서 체온 검사와 신분 확인을 거친 후 단체로 이동해 자가격리하는 상황이다. 다롄은 또 화물이나 입국객 수화물에 대한 소독도 강화하도록 했다.
선양과 다롄에 각각 7천~8천명의 교민이 거주하는 것을 비롯해 랴오닝성·지린성·헤이룽장성 등 동북 3성에는 약 2만7천명의 한국인이 진출해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동북 3성뿐만 아니라 한국과 가까운 산둥성의 칭다오(靑島), 웨이하이(威海), 옌타이(煙臺), 산둥성과 인접한 장쑤성 난징(南京) 등에서 이와 유사한 조처를 했거나 취할 예정이다.
장쑤성 옌청(鹽城)에서는 한국인 입국객에 대해 자가격리하도록 하고, 출장 온 경우 지정 호텔에 묵으며 건강 상태를 살피도록 했다.
옌청시 당국은 그러면서도 공문을 통해 "옌청과 한국은 경제·사회적 교류가 광범위하다"면서 "현대·기아 등이 옌청에 투자해 경제사회 발전에 적극적으로 공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코로나19 발생 후 인천, 남원 등이 성원을 보내줬고, 현대·기아와 SKI 등의 업체는 의료용 마스크 40만개, 각종 방호용품 1만여개를 보내줬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옌청의 한국인은 옌청의 '새로운 시민'"이라면서 "방역 과정에서 우리와 차별하지 않겠다. 확진환자는 옌청 시민과 동등하게 집중 치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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