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싫다"는 중국인 40%P 줄어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 '청산일도동운우(靑山一道同雲雨), 명월하증시양향(明月何曾是兩向).'
미국 CNN 방송이 25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속에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중일 관계를 조명했다.
도쿄발 기사에서 일본청소년개발협회(JYDA)로부터 중국에 보낸 마스크와 체온계 상자 겉면에 붙은 시 구절이다. 서기 740년대 일본에 불교를 전파한 중국 고승 감진(鑒?)이 일본 황제의 손자에게서 받은 문장이기도 하다.
산이 구름과 비를 갈라놓아도 밝은 달은 한 고을의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CNN은 "비록 우리가 다른 곳에 살아도 결국 같은 하늘 아래에 산다"는 의미로 풀이했다.
CNN이 난데없이 고시(古詩)를 인용한 건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이 시를 포스팅하면서 무려 3만9천여 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비상한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까지 가세해 자신의 트위터 팔로워들과 공유했을 정도이다.
중국이 지금까지 사망자 2만7천여 명, 감염자 8만여 명을 기록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동안 일본은 중국의 우방 이상임을 입증한 셈이라고 CNN은 해석했다.
대조적으로 자오 대변인은 과민반응과 과도한 불안감을 보였다며 미국을 맹비난했다. 미국이 우한에서 영사를 철수시키고 중국 관광객들에게 여행금지 조처를 부과한 것도 중국 정부를 자극했다.
중국과 일본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추세에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오는 4월 일본 국빈방문을 취소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CNN은 소개했다.
1937년 난징대학살과 그 무렵 과거사 문제 등으로 뒤얽히기 시작하면서 2013년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 영토분쟁으로 최악의 상황까지 갔던 중일 양국 관계가 세계 제2, 제3 경제권으로서 유대를 깊게 하고 있다고 CNN은 풀이했다.
2013년 일본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지닌 중국인 비중이 92.8%까지 치솟았던 데서 현재는 같은 조사, 같은 대답의 중국인 비중이 52.8%까지 무려 40%포인트나 떨어진 사실이 이를 반영하기도 한다.
이어 2014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시진핑 주석이 세계인들 앞에서 "이것은 양국관계 증진과 전략적·상호호혜적 원칙을 위한 양국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공동 발표한 대목을 떠올렸다.
일각에서는 중일의 화해 무드가 일종의 정략결혼과도 같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일본 소피아대학 정치학과 나가노 고이치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에는 아베 총리와 시 주석이 썩 좋은 관계가 아니었다. 요즘 그들(중일 양국)의 관계는 공동의 위협에 맞서 정략결혼(marriage of convenience)을 한 것 이상으로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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