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SNS로 의회 비난 시위 촉구…'선동정치' 논란

입력 2020-02-27 02:09  

브라질 대통령, SNS로 의회 비난 시위 촉구…'선동정치' 논란
정치권·법조계 비난 봇물 "권력분립 무시…민주주의 원칙 훼손"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의회를 비판하는 극우 시위를 촉구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권력 분립의 의미를 무시하고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선동 정치'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동영상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다음 달 15일 열리는 의회 비난 시위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동영상에는 지난 2018년 대선 유세 기간 괴한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습격할 때 사용한 흉기가 등장해 지지자들을 자극했다.
보우소나루는 2018년 9월 6일 남동부 미나스 제라이스 주(州)의 주이즈 지 포라 시에서 유세를 벌이던 중 괴한이 휘두른 칼에 복부를 찔렸으며, 그동안 네 차례 수술을 받고 회복했다.
범인은 40대 남성으로 확인됐고 정신질환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우소나루는 SNS 메시지를 통해 이 사건을 사실상 테러 행위로 규정했고, 개인 변호사는 괴한이 과거 좌파 정당 당원이었다는 사실을 들어 배후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의회 비난 시위는 최근 들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측근들의 권위주의적 행태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벌어진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쓴 일간지 여기자를 두고 성적인 행위를 암시하는듯한 저속한 표현을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이어 대통령실의 아우구스투 엘레누 안보실장은 예산 문제로 의회와 마찰을 빚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의회가 정부를 협박하고 있다"고 말해 의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파울루 게지스 경제부 장관은 공공 부문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을 기생충에 비유하는 발언을 해 엄청난 반발을 샀다. 달러화 강세를 두둔하면서 과거 달러화가 약세일 때는 가사도우미들까지 미국 디즈니 여행에 나섰다고 말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집권 이후 보이는 권위주의적 행태가 민주주의 질서와 제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인식되면서 '반 보우소나루'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야권 14개 정당 대표자들은 지난 10일 모임을 갖고 '권리, 민주주의 포럼'을 구성하기로 합의하고, 다음 달 말 첫 공식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포럼에는 좌파와 중도, 우파 성향의 정당들이 고루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 18일에는 호드리구 마이아 하원의장과 유력 대선주자의 한 명인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주지사, 지우마르 멘지스 대법관, 10여명의 하원의원이 만찬을 하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언론과 주지사, 의회 등을 대하는 태도와 발언이 수위를 넘고 있으며, 보우소나루 정부에서 권위주의적 행태가 확산하고 있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아 의장은 군 출신 강경 인사들이 대통령실을 장악하고 정치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정부와 의회 관계가 악화하는 등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fidelis21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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