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슈퍼팩, 오바마의 과거 오디오북 이용해 바이든 공격하는 TV 광고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오디오북을 네거티브 광고에 활용한 공화당 측에 발끈하며 당장 광고를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27일(현지시간) 미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인 '대통령을 변호하기 위한 위원회'는 민주당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오바마 전 대통령의 목소리가 포함된 TV 광고를 지난 25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내보냈다.
최근 진행된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연이은 부진을 기록하고 있는 바이든은 오는 29일 치러질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부활의 발판을 마련하길 기대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바이든의 핵심 지지층인 흑인 인구가 많은 대표적 지역이다.
해당 광고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1995년 펴낸 회고록을 직접 읽은 오디오북 파일 일부가 소개된다.
소개된 내용은 "흑인들이 가장 안 좋은 직업과 집을 가지고 있다. 경찰의 폭력은 걷잡을 수 없다. 하지만 선거 기간에 소위 말하는 흑인 정치인이 보이면 우리는 모두 줄 서서 민주당에 투표하곤 한다"는 것으로 민주당에 대해 냉소적으로 말하는 부분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여, 조 바이든을 믿어선 안 된다'라는 제목의 해당 광고는 최근 바이든의 부진한 경선 성적을 자막으로 띄우기도 한다.
문제는 이 파일을 마치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바이든을 비판하며 한 말처럼 보이게 광고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해당 내용은 오바마의 발언이 아니라 그가 한 시카고 이발사의 말을 인용해 전한 것이었다.
오바마 측은 26일 이 광고에 대해 "비열하다"고 비난하며 즉시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오바마 측을 대변하는 법률회사 퍼킨스 코이의 패첸 해거티 변호사는 슈퍼팩에 보낸 항의 서한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름, 이미지, 유사성 등의 미허가 사용은 명백히 광고 시청자들을 호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해당 광고를 즉시 삭제할 것과 향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적 재산권 역시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대통령을 변호하기 위한 위원회' 대변인인 테드 하비는 성명을 내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민주당이 흑인 사회에 '립서비스'만 하는 점을 비판했고, 우리는 이 점이 바이든에 완벽히 적용된다고 믿는다"며 반박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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