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 전 '사람 간 전염' 보고했지만, 아무런 조치 없었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퇴치의 영웅'으로 불리는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가 중국 보건체계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질병예방센터에 더 큰 권한을 부여할 것을 주장했다.
28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중난산 원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과정에서 질병예방센터가 무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밝히며 개혁을 촉구했다.
중 원사는 "만약 우리가 지난해 12월 초나 올해 1월 초에 엄격한 방역 조처를 할 수 있었다면 코로나19 환자는 크게 줄었을 것"이라며 "이번 일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던져준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지난해 12월 31일 코로나19 발병을 명확하게 알고, 지난달 3일에는 바이러스를 분리했다"며 "7일에는 유엔에 보고하고, 동시에 지방 정부와 질병예방센터에도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난달 20일 사람 간 전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공표했지만, 실제로 우한에서 사람 간 전염은 그 이전에 일어나고 있었다"며 "하지만 당시 이는 대중에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 원사는 "질병예방센터는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 산하의 기술 부문일 뿐이며, 상부와 지방 정부에 보고한 후 지방 정부가 어떠한 조처를 하는지는 지방정부에 달려 있다"며 "질병예방센터는 이 이상의 조처를 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20일 중 원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의 사람 간 전염을 대중에게 알리기 전에 우한시 정부가 이러한 사실을 알았지만, 아무런 방역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것으로 읽힌다.
그는 "질병예방센터의 지위가 너무 낮고, 충분하게 중시되지 않는다"며 "미국의 경우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중앙에 직접 보고할 수 있고, 특수한 상황에서는 직접 국민에 경보를 내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 원사는 "질병예방센터의 지위를 높이고, 일정한 행정권력을 부여하는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러한 사태가 또다시 출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위건위는 "지난달 14일 전국 화상회의를 열어 코로나19 방역 조처를 내렸다"고 해명했지만, 중국 누리꾼들은 "그 말이 사실이라면 코로나19가 이처럼 확산할 수 있었겠느냐"고 비난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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