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행사서 "경제촉진 위해"…NYT "트럼프와 상충, 기업·학자 견해 반영"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으로의 반(反) 이민정책을 지속하는 가운데 그의 백악관 최측근 인사인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이 미국 경제를 위한 이민자들의 중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비록 공개적인 언급은 아니었지만, 백악관 최고위층 인사조차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것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멀베이니 대행은 최근 영국에서 열린 한 비공개 행사에서 미국이 미래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이민자들이 필요하다는 점을 경제학자들은 일반 통념으로 여기지만 현 정부는 무시하고 있다는 현실을 언급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당시 녹취록을 입수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멀베이니 대행은 "우리는 경제 성장을 촉진할 사람들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며 "우리는 더 많은 사람을 간절히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이민자"가 필요했고, "합법적인" 방식을 원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과 상충하지만, 인구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로 미국 노동력 증가율이 급속도로 둔화함에 따라 노동시장을 촉진하기 위해 이민자가 필요하다는 기업과 경제학자들의 견해를 반영한다고 NYT는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민의 일자리를 위해 이민자들을 줄이고, 자국 내 불법체류자를 추방하는 등 반 이민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국정연설에서 "미국은 외국인 범죄자가 아닌 법을 준수하는 미국인의 안식처가 돼야 한다", "행정부는 미국 남부 국경의 안전을 위해 전례 없는 노력을 기울였다"며 반 이민정책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작년 5월 이후 멕시코 국경지대의 불법 이민 행렬이 75% 감소했다는 '치적'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불법 이민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시행한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 구축과 멕시코 관세 부과 방침에는 적지 않은 참모들도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은 59만5천명이었으며, 이는 1980년대 이후 가장 적은 규모였다. 이는 지난해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이던 1917~1918년 이래 인구 증가율 최저를 기록한 원인 중 하나였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NYT는 이민자 감소로 인한 경기 둔화는 오랫동안 지속하고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제학자와 기관의 의견을 소개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민자는 미국 경제에 기여했고 그들은 우리가 더 빨리 성장하도록 우리를 도왔다"고 말했다.
미국정책재단은 이번 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1년까지 미국으로의 합법적인 이민이 30% 급락하고, 그에 따라 미국 노동력의 연평균 성장도 35%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합법적 이민을 줄이는 것은, 노동력 성장 속도와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것임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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