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유럽행 난민 막지 않을 것"…그리스·불가리아 반발

입력 2020-02-29 01:37  

터키 "유럽행 난민 막지 않을 것"…그리스·불가리아 반발
터키 고위 관계자 "유럽으로 건너가려는 모든 난민은 환영받을 것"
터키 서부에 난민 집결…그리스·불가리아 국경 경비 강화




(이스탄불·로마=연합뉴스) 김승욱 전성훈 특파원 = 시리아 정부군의 공격으로 터키군 33명이 전사한 가운데 터키가 "더는 유럽행 난민을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국 내 수용 중인 400만에 달하는 난민 카드로 유럽 국가들을 압박해 경제적·군사적 지원을 끌어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은 28일(현지시간)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더는 유럽으로 가려는 불법 이주민을 막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익명을 요구한 고위 관계자가 "시리아 난민이 육로나 바다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것을 막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시리아인을 포함해 유럽으로 건너가려는 모든 난민은 환영받을 것"이라며 "경찰과 국경 수비대는 물러났다"고 덧붙였다.
아나돌루 통신은 보도가 나간 후 터키 서부 에디르네 주(州)와 차나칼레 주(州)로 난민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른 아침부터 유럽으로 건너가려는 난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인 사힌 네비자데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TV로 뉴스를 봤다"며 "이스탄불에 살고 있는데 그리스로 가기 위해 국경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 딸을 데리고 터키-그리스 국경으로 왔다가 그리스 경찰에게 제지당한 하미드 무함메드는 "우리는 터키와 유럽 정부들이 문을 열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터키와 국경을 맞댄 그리스와 불가리아는 즉시 국경 경비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보이코 보리스프 불가리아 총리는 "터키 국경 수비대가 철수해 걱정"이라며 "이른 아침부터 경찰을 터키와의 국경 지역에 배치했다"고 말했다.
보리소프 총리는 "유럽 국가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난민 위기는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그리스는 국경을 통한 어떤 불법적인 입국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경 경비를 최고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그리스는 시리아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을 것이며, 다른 이들이 결정한 일의 결과에 고통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터키로부터의 이주민·난민 유입 대응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는 터키와 접한 북동부 국경의 군 병력과 경찰 인력을 보강하고 사실상 국경 이동을 차단했으며, 터키와 그리스 사이 바다인 에게해의 해상 순찰도 크게 강화했다.
실제 이날 어린이를 포함한 이주민들이 국경에 접근했다가 그리스 국경경비대에 의해 되돌려보내지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다만, EU와 유엔난민기구는 "국경 상황의 변화에 대한 보고는 여전히 비공식적이며, 터키 역시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11년부터 시리아 내전이 계속되면서 약 670만명의 시리아인이 고국을 떠나 난민 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360만명이 터키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2015∼2016년 유럽 난민 위기 당시 100만명 이상의 난민들이 그리스와 발칸 국가들로 몰려들자 터키는 유럽행을 바라는 난민들을 자국에 수용하는 대가로 유럽 국가들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터키는 유럽국가들이 약속한 지원을 하지 않았다며 지난해부터 난민에게 유럽으로 향하는 문을 개방할 것이라고 위협해왔다.
유럽행 난민을 막지 않겠다는 발언은 전날 시리아 정부군의 공격에 터키군 33명이 전사한 것과 맞물려 상당수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인 유럽국가들로부터 군사적 지원을 끌어내려는 의도가 내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이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통화했으며,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시리아군과 그 지원자인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습을 규탄하고, 공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터키는 2011년부터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맞서온 반군을 돕고 있으나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정부군이 터키와 접한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 지역으로 반군을 몰아내면서 터키군과 시리아군이 직접 교전을 벌이고 있다.


kind3@yna.co.kr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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