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경에 난민 수천명 몰려…그리스, 최루탄 발사해 해산
그리스 "4천번 이상 불법 입국 시도 저지"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유럽 국가들의 '난민 방파제' 역할을 해온 터키가 난민에게 유럽으로 향하는 문을 개방하겠다며 연일 유럽국가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열린 집권 정의개발당(AKP) 행사에서 "우리는 난민들에게 유럽으로 향하는 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연합(EU)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와의 국경에 난민 수천 명이 몰려들었다"고 덧붙였다.
전날 터키 언론들은 익명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앞으로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으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직접 유럽행 난민들을 막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P 통신은 "터키가 정말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들을 막지 않는다면 터키 난민 정책이 극적으로 선회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5∼2016년 유럽 난민 위기 당시 100만명이 넘는 난민이 유럽으로 밀려들자 터키는 난민의 유럽 유입을 막는데 협조하고 EU는 터키에 시리아 난민 지원금 60억유로(약 7조7천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 결과 터키는 약 670만명으로 추산되는 시리아 난민 중 360만명 이상을 보호하는 세계 최대 시리아 난민 수용국이 됐다.
터키 내무부가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시리아 난민을 보호하는 데 지출한 비용은 약 370억 달러(약 44조2천억원)에 달한다.
EU가 터키에 지원하기로 한 60억 유로는 터키가 지출한 금액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한편, 터키 언론을 통해 그리스나 불가리아로 향하는 국경을 막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날부터 그리스·불가리아 국경에는 난민 수천 명이 몰려들었다.
이에 그리스·불가리아는 국경 경비를 최고 수준으로 강화했으며, 난민과 국경 경비대 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AP 통신은 터키-그리스 국경에서 난민과 그리스 국경 수비대 간 추격전이 벌어졌으며, 그리스 국경 수비대는 최루탄을 발사해 난민들을 해산했다고 전했다.
그리스 당국은 이날 성명을 내고 "터키 쪽에서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으려고 시도한 난민 수천 명을 저지했다"고 밝혔다.
스텔리오스 페차스 그리스 정부 대변인은 "그리스는 어제 국경에서 조직적이고 대규모이며 불법적인 공격을 받았으며 이를 견뎌냈다"며 "우리는 4천번이 넘는 불법 입국 시도를 저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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