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산하 여론공작 대응부서 분석…게이츠 재단·생화학무기 관련설 퍼져
"소셜미디어 대화에 영향 줄 수 있어" 우려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 밖으로 확산한 이후 3주 동안 음모 이론을 제기하는 약 200만개의 트윗이 유포됐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무부 산하 여론공작 대응 부서인 '글로벌 인게이지먼트 센터'(Global Engagement Center·GEC)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상태'로 선포한 1월 20일~2월 10일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트위터 게시물 2천900만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음모론이나 거짓 내용을 담은 트윗은 GEC가 들여다본 전체 트윗의 약 7%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 미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트윗은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코로나19를 만들어냈다거나 생화학 무기의 결과물이라는 등의 허무맹랑한 주장을 담고 있다.
GEC는 보고서에서 이런 게시물이 "일반적인 소셜미디어의 대화에 잠재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가짜 정보가 담긴 일부 트윗에선 "계획된 활동 증거가 나타난다"면서 외국 정부나 다른 악의적 행위자가 의도적으로 공포와 불화를 조장하기 위해 개입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운영자의 신원을 알 수 없는 가짜 계정이나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으로 글을 올리는 '봇' 계정의 활동도 감지됐다.
예컨대 코로나19를 게이츠 재단과 엮은 트윗은 가짜 계정을 통해 증폭됐으며 국방부 산하 기관이 중국을 공격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음모론은 봇 계정을 통해 빠르게 퍼졌다.
GEC는 그러나 외부의 의도적 개입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에 이른 구체적인 배경을 밝히지는 않았다. 아울러 의심이 드는 계좌 명단을 공개하거나 특정 트위터를 음모론을 퍼뜨리려는 활동의 일부로 보는 근거도 밝히지 않았다.
미 정부기관 관계자들은 이전에도 코로나19와 관련된 일부 뉴스가 러시아 첩보원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시사한 적이 있다.
GEC는 한편 이 3주 기간에 가장 많이 등장한 트윗은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우한에 대한 정보를 찾고, 중국 정부의 엄격한 검열과 코로나19 확산과 아시아인을 연결하는 인종주의적 농담이었다고 분석했다.
또 이 기간에 가장 많이 공유된 기사는 코로나19와 박쥐 수프를 먹는 사람들을 부당하게 연관 짓는 인종차별주의적 비유였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 산하 기관의 이 같은 분석 결과는 코로나19 확산 속에 트위터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기업 앞에 놓인 과제를 보여준다고 WP는 지적했다.
IT기업들은 이전보다 훨씬 공격적인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페이스북과 구글, 트위터 등은 최근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찾는 이용자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공식적인 출처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페이스북은 27일 존재하지도 않는 치료법이나 허위 정보로 위해성을 야기할 수 있는 글이나 사진, 영상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GEC는 "전통적인 언론 매체가 이런 거짓 이야기를 퍼뜨리는, 소수의 가짜 웹사이트를 견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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